국가세무직 시험과목이 변경됨에 따라 국세청 신규직원들의 세무전문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세무공직자의 전문지식이라 할 수 있는 세법과 회계학이 필수 시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것으로, 해당 과목을 익히지 못한 신규 채용자가 대거 일선에 배치됨에 따라 납세자의 세정만족도 또한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따르면, 올 해 국가세무직 9급 채용인원은 일반 1천470명, 장애인 85명, 저소득층 40명 등 총 1천595명으로, 지난해 채용인원 850명에 비해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가세무직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총 5과목 가운데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국어·영어·한국사’ 등 3과목은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세법개론·회계학·사회·과학·수학·행정학개론’ 등 6과목은 2과목만을 선택할 수 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교육과정을 수료한 9급 직원들의 선택과목을 분석한 결과, 세법과 회계학 모두를 선택한 직원은 평균 30% 초반대에 머물렀으며, 이마저도 교육 기수가 뒤로 갈수록 점점 낮아져 마지막 기수에선 25% 대로 감소했다.
더욱이 공무원 준비기간을 통상 2년으로 보는 고시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면, 세법과 회계학을 선택과목으로 변경한 이래 3년차를 맞는 올해부터는 해당 과목을 선택하는 수험생 비중이 10% 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규직원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나,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변경된 수험과목이 첫 시행된 2013년의 경우 세법과 회계학을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수험생 대다수가 신규직원으로 충원됨에 따라 일선의 혼란은 그나마 덜었으나, 2014년도 합격자부터는 상황이 급변한다.
신규자 교육을 전담하는 국세공무원교육원은 2014년도 임용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규자교육과정을 종전 12주에서 6주로 축소·운용했다.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일선현장을 위한 비상조치(?)였으나, 세법과 회계학 용어마저 생소한 신규직원들이 일선으로 풀려나간 직후, 세정가의 지적처럼 전문성 시비가 본격화됐다.
중부청 일선 Y 계장은 “차변조차 보지 못하는 신규직원에게 무슨 일을 시킬 수 있었겠느냐”며, “직원 스스로도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것 같아 참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일선 K 계장은 “2008년 당시에도 신규직원이 대거 충원됨에 따라 교육기간을 6주로 단축 운영했다”며, “그럼에도 세법과 회계학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지금과 같은 청맹과니 신규직원은 찾기 힘들었다”고 최근의 신규직원 자질논란이 시험과목 변경에서 비롯됐음을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은 신규직원들의 전문성·자질 논란이 계속해 이어짐에 따라 올해부터는 9급 신규직원들의 임용후보자과정을 종전처럼 12주로 운영할 계획이며, 7급 신규자에 대해서는 4주를 늘려 16주로 확대·운영중에 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임용된 2014년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순환보직기간 5년 동안 매년 1주일씩 사이버교육과 별도의 집합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공직근무 기간 중 실시하는 교육의 경우 보수교육에 그치는 만큼, 시험제도 자체를 개편하기 이전까지는 전문성 자질 시비가 여전히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MB시절 고교졸업생 공직문턱 완화조치에도 효과는 全無
시험과목 변경 불구 고졸출신 임용 차이 없어…직무전문성만 하락
국가세무직 9급 공채시험 과목이 지금처럼 변경된 것은 2013년부터로, 그 이전에는 세법과 회계학이 7급 공채시험과 동일하게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MB정부 시절 고교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9급 국가직시험에 대해서는 교과서만으로도 공직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 교과목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공직직렬 가운데서도 검찰직과 함께 대표적인 전문영역으로 여겨져 온 세무직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시험과목 변경은 결국 수험생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쉽고 덜 전문적인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변경된 시험과목으로 인해 신규 직원들의 전문성이 낮아진 반면, 완화된 공직문턱을 통해 고교졸업생의 공직진입이 높아졌다면 나름의 효용성을 찾을 수 있으나 시행 3년차를 맞은 현재,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력차별 등을 이유로 신규직원들의 최종학력을 별도로 발표하고 있지 않으나, 지난해 국세청 신규직원들의 최종학력을 추정한 결과 고교졸업생은 한 손가락에 꼽는 실정이다.
시험과목 변경 이전과 이후에도 고교졸업생의 국가세무직 채용비율은 변화가 없는 셈으로, 결국 당초의 도입목적도 이루지 못한 채 국세청 신규직원들의 전문성만 추락시킨 꼴이다.
비단, 국세청 뿐만 아니라 세무대리업계에서도 국가세무직 시험과목에 세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세법개론과 회계학을 사회·수학과 동일한 선상에 놓은 것부터 이미 국세청 신규직원들의 전문성 하락을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무대리업계 한 관계자는 “일선세무서에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납세자와 직접 대면하는 만큼 세법 및 세무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일정수준 이상 갖춰져야 한다”며, “그러나 일선에 배치된 이들 신규직원 상당수가 세법은 물론 회계에서조차 일반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납세시민단체 H 교수 또한 “국민의 재산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세무공직자가 세법과 회계학을 알지 못한 채 공직에 임용되는 현실은 마치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고 국가세무직 시험제도가 개편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 “세무직의 전문성이 낮아질수록 국민에 대한 납세서비스 또한 하락할 수 밖에 없는 만큼, 국세청 뿐만 아니라 인사혁신처 등 전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