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한국 관객들을 찾아온다.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그녀에게 1937년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지금까지 3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남북전쟁을 둘러싼 네 연인의 운명과 사랑을 그렸다.
1939년 '레드 버틀러' 역의 클라크 게이블과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 주연의 동명 영화로 개봉, 4년간 당시 미국 국민의 절반인 6000만명이 관람했다. 미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에서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2003년 프랑스에서 뮤지컬 초연 당시 9개월만에 90만명을 끌어들였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는 아시아 초연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의 아우라를 감당할 수 있는 한국 배우들을 물색하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배우 주진모와 뮤지컬배우 김법래가 버틀러, 그룹 'SES' 출신 가수 겸 뮤지컬배우 바다와 한류그룹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오하라 역을 꿰찼다.
공연제작사 쇼미디어그룹의 박영석 프로듀서는 10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동대문 스퀘어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프랑스 제작사 쪽에서 캐릭터의 이미지와 부합하고 음악적 톤이 맞아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면서 "지금 캐스팅이 최적"이라고 밝혔다.
"영화 속 캐릭터가 강해서 버틀러 역의 배우를 처음부터 영화배우 중에서 찾으려고 했어요. 남성적인 느낌이면서도 노래를 잘해야 하니까요. 오디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낙점된 배우가 주진모 씨입니다. 그 만큼 한국에서 버틀러 역에 어울리는 배우는 없죠."
주진모는 드라마 '기황후', 영화 '쌍화점'과 '미녀는 괴로워' 등에서 남성적인 외모로 선 굵은 연기를 해왔다. 특히 드라마 '사랑' '패션70's' 등의 대표작에서 거친 외면과 다른 순애보를 보여줬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뮤지컬 데뷔작이다.
뮤지컬 신인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주진모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역을 하게 돼 부담스럽다"면서도 "요즘 시대에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남자를 연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거칠면서 울림이 큰 목소리가 인상적인 김법래는 또 다른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주인공 콰지모도를 맡았던 이력이 크게 도움이 됐다. 박영석 대표는 "현지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때문에 김법래에 대해 잘 인식을 하고 있더라"고 알렸다. 김법래는 "콰지모도든 버틀러든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미디어그룹은 버틀러 역을 맡는 또 다른 배우의 명단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바다 역시 '노트르담 드 파리' 라이선스 한국어 초연 당시 주인공 '에스메랄다'를 맡은 것이 캐스팅 확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박영석 대표는 "바다 씨는 프랑스에서도 이미 잘 알고 있어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바다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캐릭터"라면서 "오하라가 처음에는 이기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리더십 있는 여성이란 걸 알게 됐다. 잘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석 대표는 서현의 경우 "원작의 이미지와 음악적인 톤이 오하라와 잘 맞았다"면서 "서현 씨가 출연한 전작 '해를 품은 달'의 영상과 음악 파일들을 공유한 끝에 낙점됐다"고 알렸다. 서현은 "천진난만한 소녀부터 성숙한 여성의 모습까지 다양한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욕심이 나는 캐릭터"라면서 "스칼렛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나의 일기장을 써나간다는 심정'으로 연습 중"이라고 눈을 빛냈다.
미국 남북 전쟁의 중심에 노예제도가 있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에도 흑인 유모 '마마'가 등장한다. 프랑스 제작사는 쇼미디어그룹에 라이선스를 허락하면서 실제 흑인 배우가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얼굴에 검은색을 덧칠하는 등 인위적으로 흑인을 연출하는 건 '인권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흑인 배우가 많아 캐스팅이 수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캐스팅이 어려운 부분이다.
박영석 대표는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 흑인 배우도 찾아봤지만 노래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결국 한국 배우들이 태닝을 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알렸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뮤지컬배우 정영주, 가수 겸 뮤지컬배우 박준면이 이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특히 정영주는 전작인 연극 '프랑켄슈타인' 연기 때문에 삭발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다른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넘버를 만든 제라스 프레스귀르빅이 이번 뮤지컬의 곡들을 작곡했다. 클래식하다기보다 대중가요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음악도 맡았던 변희석 음악감독은 "'벽을 뚫는 남자'는 클래식한 면이 있었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프랑스 가요 작법으로 넘버가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OST 선율 중에서 뮤지컬 넘버에 들어가는 건 없다. 다만 제일 중요한 '타라의 테마'의 일부를 공연 오프닝과 엔딩에 삽입할 수 있도록 저작권에 합의, 영화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편 2006년 뮤지컬 '미스사이공'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뮤지컬스타 마이클 리와 뮤지컬배우 김보경이 애슐리와 멜라니 역으로 8년만에 상대역을 맡는다. 뮤지컬배우 정상윤과 유리아가 또 다른 애슐리와 멜라니다. 지난해 MBC TV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3' 우승자인 한동근이 노예장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2015년 1월9일부터 2월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4000여 벌의 의상과 50인 오케스트라가 인상적이다. 연출 유희성, 안무 서병구. 5만~14만원. 070-4489-9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