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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코베인 '스카이랜드'… 문득 하늘 보고싶은 날 듣는 앨범

12년 차 인디 밴드 '눈뜨고 코베인'은 홍대 신에서 활동 중인 팀들 중 드물게 '산울림' '송골매' 등 1970년대 한국 록밴드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가 뒤엉키는, 그로테스크한 노랫말 역시 특기할 만하다. 리더 깜악귀가 곡 대부분을 작곡·작사한다. 팀의 기타리스트 최영두는 그의 노랫말에 대해 "모순을 관통하는 분열의 언어"라면서 "(제대로 이해하려면)다섯번을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팀명도 유독 튄다.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을 '미필적 고의'로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3년만에 발표한 정규 4집 '스카이랜드'는 눈뜨고 코베인 기존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다르다.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언뜻 들으면 여느 팝 앨범과 다르지 않다. 최근 홍대에서 만난 깜악귀는 "의도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깊이 들어보면서 다른 분위기를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화창한 하늘인데, 더 깊게 들여다보면 어두운 저 하늘처럼요." 앨범 제목에 수긍이 갔다.

총 11곡이 실린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웠다. 호쾌한 뉴웨이브 록 사운드에 SF적인 설정을 가미한 독특한 가사로 기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퓨처럽(Future Luv)', 간결해진 사운드의 발라드 풍 넘버 '스카이워커'다. 특히 '스카이워커'는 밴드 역사상 처음으로 사전 음감회를 통해 팬들에게 타이틀곡으로 낙점됐다.

사람에게 잡아 먹히는 호랑이에 대한 얘기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타이거 타운', 직장인의 월요병을 경쾌한 사운드에 담은 '선데이 행성에서 온 먼데이걸', 영화 '스타트렉'에서 영감을 받아 B급 SF적 상상력을 7분30초 짜리 하드록 사이키델리아로 옮겨낸 '마더쉽'도 귓가에 감돈다. 올해 4월 KT&G 상상마당이 주관하는 대중음악 창작 지원 사업 '써라운드'에 선정됐다.

깜악귀는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한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서 있는 땅(홍대 신)이 많이 변했는데 여기서 뭘 더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기준점을 다시 긋는 기분으로 만들었죠. 기존 1~3집은 서로 연장선상의 느낌이었어요. 영화 '터미네이터' 1·2·3 같은 시리즈였죠. 이번 앨범은 동어 반복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목 짓는 방식도 변했다. 2005년 1집 '팝 투 더 피플'의 타이틀곡 '헤어진 사람 방에 중요한 걸 깜빡 놓고 왔네'에서 보듯 이 팀의 기존 제목 짓기는 가사 첫줄을 따오는 '찬송가 식'이었다. 이번에는 노래를 축약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집어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대중적으로 변한 건 아니라고 했다. '대중을 위한 대중음악'이라는 뜻의 '팝 투 더 피플'이라는 제목을 내세운 것처럼 깜악귀는 "항상 대중을 위한 음악을 해왔다"고 웃었다. "굳이 대중적으로 바뀐 점이 있다면 청중들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에 중점을 둔 거죠. 이번 앨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밝고 청명하게 만들려고 했죠."

또 다른 밴드 '타니모션'의 리더이자 눈뜨고 코베인의 원년 멤버인 연리목(건반·보컬·코러스)은 깜악귀에 대해 "이번 앨범에서는 예전에 삐죽하던 것이 조금은 뭉툭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앨범의 최대 변화는 멤버 교체다. 지난해에는 목말라(기타), 파랑(드럼)이 탈퇴하고 최영두와 드러머 김현호가 가세했다. 2009년까지는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의 리더 장기하가 이 팀의 드러머로 있었다.

최영두는 같은 매니지먼트사인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인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베이시스트 강병성의 추천으로 이 팀에 합류했다. "예전에 눈뜨고 코베인에 대해서는 키치적이고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어요. 팀에 들어와보니 그런 노래를 만든 의도와 명분이 명확해 더 마음에 들었죠."

본래 눈뜨고 코베인 멤버들과 친하게 지냈던 김현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이전보다 무던한 느낌이지만 깜악귀 형이 지향하는 음악 특징이 워낙 확실해서 특유의 '성인동화' 같은 느낌이 지속됐다"고 여겼다.

눈뜨고 코베인은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드는 팀명으로 인해 숱한 오해를 받았다. 연리목은 "'웃긴 밴드' '연기 밴드'" 등을 나열했다. 하지만 "재미있게 하면서도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포인트를 찍었다.

김현호도 "눈뜨고 코베인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난처럼 할 거야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서 "들어와보니 진심으로 하고 있더라"고 확인했다. "밴드는 이미지 말고 음악 자체로 평가를 받아야죠."

이처럼 홍대 신이 풍성해지는데 버팀목이 돼온 밴드다. 깜악귀는 "그런 명분은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성취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내놓을 만한 곡을 계속 내놓았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웃었다.

이번에 내놓을 만해서 내놓은 곡들은 "복합적인 감정이 녹아 있다"고 했다. "어떤 날 들으면 멀쩡한 곡인데 또 다른 날 들으면 슬프고 미칠 것 같은. 사운드는 멀쩡하지만 그 속은 다른 노래들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무던한 앨범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청명한 하늘을 봐도 막막한 그런 느낌이죠." 눈뜨고 코베인의 '스카이랜드'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싶은 날 듣고 싶은 노래다.

눈뜨고 코베인은 약 3년만인 8일 오후 7시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4집 앨범 발매 기념 공연 '스카이랜드(Skyland)'를 연다. 실내에서도 하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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