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창구보다 쾌적한 민원봉사실 탄생
87년6월3일 성 청장께서 서울청을 초도순시했다.
추경석 서울청장은 정성을 들여 준비한 민원봉사실 환경 쇄신안을 보고하였는데 성 청장께서는 매우 흡족해 하면서 서울청이 선도적으로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지체없이 민원봉사실 쇄신 태스크 포스를 만들었다. 허연도 직세국장(후에 서울청장 역임)이 단장을 맡고 환경개선팀장은 내가, 민원업무개선팀장은 이주석 법인세과장이 맡았다.
나는 먼저 어떤 모양으로 민원실의 모습을 바꿀까를 생각했다. 민관 여러 기관의 민원실을 보았다. 일단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은행창구 모델을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여기에 세무관서 특성을 고려하기로 하였다.
하루에도 몇번씩 추 청장께 보고하고 상의 하면서 일을 진행했다. 이 일은 추 청장의 최대의 관심사로 본인이 직접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였다.
우리는 먼저 시범서를 만들어 그 모델로 나머지 세무서로 확산시킬 계획으로 성북, 서부, 청량리 3개의 각기 여건이 다른 세무서에 모델 민원봉사실을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업체 ‘토탈디자인’의 권순억 대표를 만났다. 하나하나 현장 실측을 하여 민원실의 상담용 low-counter 높이는 80㎝로, 세금수납용 high counter 높이는 120㎝로 하며 앉아서 상담하는 slow service 와 서서 세금 수납하는 quick service를 구분하였다.
특히 low counter는 좀 낮춰서 직원의 가슴이 드러나 보이도록 함으로써 민원봉사실에 들어오는 납세자들의 시야가 확 트여 보이도록 하였다.
나는 한달동안 내내 퇴근후 서부와 성북, 청량리세무서를 오가며 자정이 지나도록 ‘토탈디자인’의 직원들과 함께 문제점들을 토론하고 해결해 나갔다. 회사측은 공사에서 이익이 남을 것이 없다면서 도중에 그만두려하는 기색이 보였다. 나는 그럴수록 열정과 끈기로 이 일을 밀고 나갔더니 권 사장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손해가 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수많은 종류의 안내 표지물은 수소문 끝에 ‘동양기업사’(대표 김동수)를 찾아내 이 회사에 맡겼고, 민원봉사실 벽면에 붙일 민원처리 안내도 등 부착물은 ‘한성사’라는 곳에 맡겼다. 이렇게 하여 3개 시범세무서의 민원봉사실이 새롭게 탄생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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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민원봉사실은 상담실의 납세자 상담용 탁자 높이까지 기준을 정해 전국 모든 세무관서가 동일한 환경을 갖추도록 했다. 특히 low counter는 좀 낮춰서 직원의 가슴이 드러나 보이도록 함으로써 민원봉사실에 들어오는 납세자들의 시야가 확 트여 보이도록 하였다.<87년7월7일 성북세무서 시범 민원봉사실 개설 브리핑을 하고 있는 당시 장 춘 서울국세청 부가세과장. 성용욱 청장, 추경석 서울청장 등 국세청 간부의 얼굴이 보인다><세정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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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세무서 민원봉사실 현장브리핑
87년7월7일
드디어 성용욱 청장께 새롭게 꾸민 성북세무서(당시 서장 이용진, 후에 대전청장 역임)민원봉사실의 모습을 공개했다.
본청의 국장, 6개 지방청장, 서울시내 세무서장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아침 9시부터 1시간 동안 현장을 옮겨 다니며 브리핑을 하였다. 성 청장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잘 되었다, 정말 잘 되었다’라며 만족해 했다.
서울청은 이것을 모델로 곧 전 세무서가 신속하게 민원봉사실 환경을 쇄신하였다.
다른 지방청에서는 그때서야 시동이 걸렸는데 그냥 서울청의 모델(공간배치, 카운터 높이, 칸막이와 카운터의 재질 및 색깔, 천정, 벽면, 바닥의 재질 및 색깔 등등)을 그대로 베끼면 무사했을텐데, 더 잘 해보겠다고 명문대 미대교수 등을 동원해 일을 하였으나 성 청장 눈에는 들지 않아 다시 철거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다.
세무서의 민원봉사실 환경쇄신은 곧이어 각 과 사무실 환경개선으로 이어져 각 과의 공간 재배치와 이에 따른 칸막이가 설치되어 근무환경이 밝아졌다.
이와 같은 세무관서의 환경개선 사례는 매스컴을 탔고, 정부기관 전체로 물결파장처럼 퍼져나가 칸막이 패널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에 활력소가 되기도 하였다.
민원봉사실 환경쇄신과 함께 그동안 각 과에서 처리하고 있던 민원업무도 대폭 민원실로 이관됨으로써 오늘날과 같이 편리한 세무서 민원봉사실의 처음 모습이 완성되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