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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2. (목)

내국세

[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16)

사업자등록증 민원실 전담교부 첫 시행

3. 서울청 부가가치세과장 시절

 

86년2월27일 나는 2년간의 이리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청 부가가치세과장으로 부임하였다. 전국 지방관서장 중에서 가장 일찍 서울에 진입하게 되자 여기저기서 노골적으로 시기하는 말이 들려왔다.

 사실상 나는 소득세통으로 본·지방청이나 일선 세무서의 부가가치세 경력이 전무했다. 그래서 당시 김창수 총무과장(후에 대전청장 역임)은 나를 서울청 부가가치세과장으로 발령하려는 본청장께 심하게 항의했으나 부가세 행정은 안해본 사람이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개혁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굴복하고야 말았다는 후일담을 본인이 서울청 간세국장으로 승진되어온 후 나에게 이야기 해줬다.

 

 

 

‘사업자등록증 민원실 전담교부제’처음 시행

 

 

 

 내가 서울청 부가가치세과장으로 첫번째 제안한 행정개선업무는 ‘사업자등록증 민원실 전담교부제’였다.
 
86년 4월 서울시내 일부 세무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일선 부가가치세과 직원들이 사업자등록신청서를 받아 책상서랍 속에 넣어 두고 기일이 지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별도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주고 있는 사례가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와 불미스런 유착 사실도 있었다. 나는 사업자등록증이란 사업하는 사람이 세금신고를 하겠다고 고맙게도 번호표를 스스로 받아가는 거나 다름없기에 세무서 민원실에 신청하면 민원실에서 즉시 등록증을 교부해 주고 부가가치세과에서는 1년에 4번의 신고기간이 있으니까 사후 관리하도록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것이 소위 ‘사업자등록증 민원실전담교부제’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본청 부가가치세과장, 간세국장을 거쳐 차장까지 차례로 보고하였다. 다행히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안무혁 청장께서 ‘일생에 한 번 사업하는 것인데 세무서에 와서 철저하게 질문조사와 현장조사를 받고 등록증을 받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면서 강하게 주장을 하셨다. 나는 나대로 논리를 가지고 물러서지 않았다.
안 청장께서는 지창수 차장을 불러 의견을 구했다. 다행히 차장께서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점은 사후 보완토록 하자고 하니까 청장께서 양보하였다.
 
이렇게 해서 사업자등록증은 비로소 민원실에 신청하면 민원실에서 전담해 발급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금으로선 당연한 것처럼 보이나 당시로서는 부가가치세과 직원의 권한(?)에 속한 사항이라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1987년 5월 성용욱 감사원 사무총장이 안무혁 국세청장 후임으로 국세청장에 취임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일선 세무서 민원봉사실 환경개선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일선 세무서는 민원실 환경 개선 신드롬까지 생길 정도로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민원실이 마련됐다. 깔끔하게 단장된 민원실 모습<세정신문 DB>

 



 3개월마다 신고,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

 

 

 

 서울청은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수도청으로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만큼 일도 많고 사건도 많았다. 전국 납세자의 3분의 1이 서울청 관내에 집중되어 있고 세수 비중은 국세청 전체 세수의 절반이 넘는 55%나 됐다. 관내 세무서에서는 국세청 전체 직원 1만8천여명의 3분의1에 해당하는 6천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서울청 부가가치세과장은 산하 각 세무서의 부가가치세과와 법인세과의 부가가치세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부가가치세과 업무는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에서 끝내야 할지 정말로 끝도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3개월마다 돌아오는 부가가치세 신고 및 납기관리, 현금수입 업종관리, 집단상가관리, 자료상 및 부정환급대책, 세금계산서 추적조사, 영수증수수 활성화 및 신용카드 가맹점 확대, 과특우편신고제도, 자진신고제도, 신고서 일괄접수제도 시행 등 가히 어느 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업무의 질적 개선이나 발전을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이런 와중에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서울청의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부가가치세 업무 외에 서울청 전체에 속하는 가외의 업무가 수시로 나에게 떨어졌다. 나는 그때마다 말없이 긍정적인 자세로 즐겁게 일했다.

 86년 6월 양창환 서울청장 후임으로 추경석(秋敬錫) 청장(후에 국세청장, 건설교통부 장관 역임)이 부임했고, 87년 5월에는 안무혁 국세청장이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옮겨가고 성용욱(成鎔旭)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하였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세무관서의 사무실 환경, 특히 민원봉사실의 협소하고 어둡고 무언가 편하지 않은 환경부터 일신하기를 원했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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