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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2. (목)

내국세

(70)'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아름다운 늙음-
미국인도 오래 살고 싶어한다

 

캐나다(Canada)의 유명한 여가수 엔 머레이(Ann Muray)의'You needed me' 라는 노래를 들으면 캐나다의 동쪽 주 노바스코셔 (Novascotia)가 생각난다. 이곳은 야트막한 구릉에 짓푸른 나무숲이 자욱하고 고즈넉한 반도인데 대서양에 연한 절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 노바스코셔의 북쪽에 노스 시드니 (North Sydney) 라는 항구가 있는데 여기서 뉴 펀들랜드(New Fomdland)로 가는 페리호가 뜬다. 자동차와 함께 5시간에 걸쳐 대서양을 건너가면 이 섬에 닿는 것이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그저 섬이라 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웬걸 ! 달려 보니 이게 그것이 아닌 것이었다. 대한민국 4배의 면적을 가진 거대한 섬으로 남쪽 끝에서 북쪽 래브라도(Labrador)로 건너가는 곳까지는 10시간은 달려야 도착할 정도의 섬 이었던 것을 몰랐었다.

 

당초 래브라도로 건너가서 오로라를 보려 했으나 생각보다 너무 큰 섬인지라 이 섬의 북쪽에 있는 노트르 댐(Notre Dams)안쪽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멀리 그린랜드(Greenland)에서 흘러 내려오는유빙과 험백 (Humpback)고래를 보기로 했다. 북극 빙하가 쪼개어진 것이 한강으로 흘러들어와 여의도 근처에 떠 있는 것을 보러간다고 상상해 보면 그 홍분 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바이킹(Viking)족이 대서양을 건너 북미로 올 때 처음 당도한 섬이 이 곳이라는 역사를 되새기며 벽지 중의 벽지를 헤매어 드디어 노트르 댐만 안의 조그마한 어촌에 당도하였다.

 

유빙과 고래를 보려고 수소문 끝에 인심 좋게 생긴 마도로스 모자를 눌러쓴 선장아저씨를 찾아내니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젊은 청춘남녀 여행객들이 있어 이들과 함께 똑딱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파도가 높아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둘러보니 모두 유유자적 햇살과 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개구쟁이 두 아들도 빨간구명 조끼를 걸친 채 이물에 붙어 서서 자기들끼리 조잘거리고 있었다.

 

파도 때문인지 결국 그 흔하다는 고래는 못보고 대신 유빙이 하나 내려온 것이 있어 맨눈으로 정말 북극 빙하의 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유빙들 때문에 1912년 4월 그 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새하얀 얼음결을 보는데, 선장이 프랑스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내력을 설명해 주었다.

 

이 곳으로 떠내려 오는 유빙들은 북극 빙하 중에서 떨어져 나와 홀러 온 것들로 대개 7월경이면 모두 녹아 일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평균 수명이 900~1000년이라 하였다.

 

그러면서 이 유빙에서 떨어져 나온 조그마한 얼음조각들을 그물로 건져 올려 우리에게 나누어 주는데 진짜, 정말 차갑고 시원한 것이었다.

 

옆에 계신 두쌍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얼음을 잡수어 보시는데 우연히 대화를 듣다보니 "여보 할멈, 우리 이것 먹으면 1000년을 살 수 있다 우”하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맛을 보시는 것이었다.

 

우리도 덩달아 "이것 먹으면 1000년은 산다”하면서 유빙 조각을 먹었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서양이나 동양이나 늙으면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똑같구나 하는 것이었다.

 

머리가 호호 세어도 할멈은 빨간 루즈에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옆에 앉고, 할아범은 티셔츠에 꽁지머리 지끈 묶어 맨 채 스포츠카를 몰고 질주할 수 있도록 늙었으면 하는 바램을 집사람과 얘기하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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