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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모양의 플루트…국립국악원 '한국과 유럽, 악기로 만나다'

유럽과 한국의 악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로 다른 음악 문화 안에서 악기가 어떻게 발전하고 이어져 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은 11월4일부터 12월14일까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신세계백화점과 함께하는 해외음악유물 초청 특별 전시 '한국과 유럽, 악기로 만나다'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16~19세기 무렵에 제작된 유럽의 고악기들을 국내에 처음 공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케스트라 악기의 원형과 변천과정을 볼 수 있다.

벨기에 브뤼셀 악기 박물관이 보유 중인 벨기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의 고악기 22점과 국립국악원 소장 국악기 16점 등 총 38점을 공개한다.

실용성이 추가된 특이한 형태의 두 악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지팡이 모양이다. 그러나 막대에 숨을 불어넣는 순간, 플루트로 변신한다.

국립국악원은 "유럽에서 17세기 이후 지팡이 모양으로 된 악기가 유행하기 시작해 19세기에 이르면 클라리넷, 바이올린까지도 지팡이 모양으로 제작됐다"면서 "실제 지팡이로도 직접 사용했던 이 악기는 세상을 떠돌며 자유롭게 연주하던 유럽의 낭만주의 예술가들이 연주했다"고 알렸다.

형태의 변형으로 시선을 잡는 국악기도 눈에 띈다. 몸통을 반으로 접을 수 있는 가야금, 즉 '절금(切琴)'이다. 무겁고 긴 크기로 보관과 운반에 불편함을 느낀 국악인들이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6·25 동란 이후 개발된 이 악기는 가야금 연주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연주할 때마다 줄을 다시 매야 하는 불편함과 음향적 한계로 인해 1970년대 이후 사라졌다.

이번에 선보이는 유럽의 고악기 중 르네상스시대인 1550년대에 만들어진 플루트의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플루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악기는 키가 없는 단순한 형태에 고색창연한 단풍나무 종으로 만들어졌다.

이밖에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상관없이 편리하게 연주할 수 있는 목관악기 숌(shawm), 기타에게 대중적인 악기의 자리를 내어준 류트(lute), 유럽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파된 덜시머(dulcimer·양금)의 화려한 외관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에 최초로 외부에 공개하는 거문고(1910년께 제작)는 기존 악기와 달리 예술적인 조형미가 더해진 '안족'(雁足·기러기 발 모양의 줄을 떠받치는 받침대)과 '돌괘'(거문고 뒤판에 위치한 음의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갖춰져 악기의 품격을 더한다.

부들(명주실이나 무명실을 꼬아 현을 잇는데 쓰는 줄)에 장식으로 매달아 놓은 주머니에는 괘(棵·거문고 줄을 괴는 받침대)의 위치를 표시한 종이가 보관돼 괘가 부러졌을 때 정확한 위치에 다시 붙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하는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우리 전통악기는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원형을 유지해 온 반면, 유럽의 악기는 과감한 변화를 거쳐 오케스트라에 적합한 형태와 기능을 갖추게 됐다"면서 "국악기도 최근 대규모 관현악이나 서양악기와 혼합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늘면서 개량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번 유럽 고악기와 국악기의 전시를 통해 개량과 보존, 인공과 자연이라는 상반된 길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람은 무료.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02-580-3130

한편 국립국악원은 2012년 파리악기박물관 소장 국악기를 최초로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올해로 3년째 '해외음악유물특별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세계백화점(대표 장재영)이 지원, 전시비용 전액을 후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기획전시에 도움을 준 주 벨기에 한국문화원에 거문고, 가야금 등 국악기 7종과 각 악기의 음원, 영상을 함께 지원한다. 11월 중순부터 현지에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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