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간의 임금 체불로 금전적 어려움에 빠져 있던 40대 가장에게 접근해 '비자금 코드가 열리면 수천억원을 투자유치해 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유통해 투자유치해 주겠다며 사기행각을 벌인 박모(50)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이모(45)씨로부터 1억원 상당의 접대비와 현금 1억여원 등 모두 2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대형 빌딩의 관리 총책임자인 이씨가 몇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 "필리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인 아멜다 여사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빼오려면 진행금이 필요하다. '비자금 코드'가 열리면 그 돈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이씨에게 '비자금 관리 회장님'으로 소개한 지인이 필리핀 현지에서 아멜다 여사와 나린히 찍은 사진을 비롯해 3750억 달러 채권(CD)을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의심을 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이씨로부터 가로챈 돈은 유흥업소 술값과 사설 경마, 쇼핑 등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압박을 받던 상황이라 사기 행각에 쉽게 걸려들었다"며 "동생 결혼자금과 아파트 담보 대출금 등을 모두 날리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여죄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