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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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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찾아가세요" 공고 낸 황당한 검찰

검찰이 마약사범에게서 압수한 마약을 되찾아 가라며 친절하게 '공고'까지 낸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이 마약은 검찰의 뒤늦은 실수 발견으로 유출되진 않았지만, 하마터면 마약사범에게 마약을 되돌려주는 황당한 사례를 남길 뻔 했다.

범죄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물품중 처벌 대상이 아닌 물품을 돌려주는 것은 정당한 업무처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해당 사례 같은 실수를 종종 일으킨다면 심각한 공권력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일 대마초 흡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프랑스인 A씨에게 대마 종자 2개와 성장 촉진제 등 대마 재배 용품을 되돌려주겠다는 압수물 환부 공고를 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 물품들은 대마 종자를 국제우편으로 밀수입하려던 A씨에게서 압수한 것으로, 조사결과 A씨는 이 종자를 재배한 뒤 잎을 흡연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단순히 대마 종자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자 밀수 부분은 기소하지 못했다. 대신 A씨가 지난해 6월 대마초를 흡연했던 점만 문제삼아 재판에 넘겼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를 포기했고, 확정 판결에 따라 대마 흡연에 사용된 파이프 등 압수물은 몰수 처분됐다.

현행법상 범죄에 사용되거나 범죄로 발생한 물건은 몰수된다.

그러나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압수물에서 자동 해제된 대마 종자와 재배 용품들을 검찰이 A씨에게 반환하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됐다.

검찰은 심지어 A씨가 국내에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자 이를 되찾아가라는 압수물 환부 공고까지 게재했다. 검찰이 대마 흡연자에게 대마 종자와 재배 기구를 챙겨주려 한 셈이다.

특히 검찰이 당초 "몰수 판결이 없는 압수물은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압수물 반환 공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점까지 고려하면, A씨가 국내에 머물고 있었거나 내국인이었을 경우 대마 종자가 반환됐을 가능성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뉴시스 취재가 시작되자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A 씨의 대마 종자를폐기 처분"하라는 당시 수사검사의 지휘서를 뒤늦게 발견했다. 폐기처분이 내려진 지 6개월 만이다.

이 지휘서는 A씨의 수사기록에 포함돼 있었지만 공판검사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부적절한 압수물이 돌려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판결이 확정되고, 압수물 반환 공고가 게재되기까지 공판검사나 압수물 처분 검사, 이를 이행한 실무자 등 어느 누구도 재확인을 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압수물을 돌려주기 직전 검사의 지휘를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압수물이 반환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무 지침엔 압수물 반환 직전 검사 지휘를 받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검찰이 군색한 변명으로 실수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나중에 "이미 출국 상태인 A씨의 압수물을 폐기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로서 공고를 낸 것"이라며 다소 변경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선 검사의 경우 압수물 처분 상황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타성적인 업무처리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에서 재판으로 기록이 넘어갈 때 수작업으로 (서류가)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휘서가 누락되는)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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