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유감-
골프도 하나의 스포츠
골프란 매 홀마다 출발점에 탁구공 크기 만한 골프공을 놓고 14개 이내의 작대기(club) 중 지 마음대로 하나씩 꺼내 치기 시작하여, 종착역인 홀(hole)에다 공을 넣음으로서 끝나는 게임인데, 그렇게 18개 홀을 친 횟수가 작을수록 잘하는 것이다.
매 홀을 설계할 때, 이 홀은 3번, 이 홀은 4번, 또 이 홀은 5번만 치면 홀에다 공을 넣을 수 있도록, 거리나 모래, 물, 나무 등으로 난이도를 조절해 두었고, 설계자가 의도한 숫자대로 치면 그걸 파(par) 라 한다.
통상 18홀을 다 돌 경우 각 홀의 파를 모으면 72타나 71타가되게 되어 있는데, 어느 쪽이든 그건 설계자가 설계하기 나름이다. 18홀을 끝내고 보니 72타에 끝났다면 이븐파(even par)인 것이다. 한 자리 숫자 중 최고 숫자인 9타를 더 친 81타 이내 이면 싱글(single)이라 한다.
매 흘에서 파보다 한 번 더 치면 보기(bogey), 두 번 더 치면 더블보기(double bogey), 세 번 더 치면 트리플 보기(triple bogey), 네 번 더 치면 콰드러플 보기 (quadruple bogey) 라 한다. 오버파(over par)인 것이다.
물론 그 이상도 칠 수 있고 그것도 타수에 포함하지만, 통상그런 경우는 보기 어려운 것이 그 정도 실력이면 아직 연습장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파보다 한타 덜 치면 버디(birdie),두 번 덜 치면 이글(eagle), 세 번 덜치면 알바트로스(albatross)라 하고, 처음 치자마자 그대로 홀에 들어가면 훌인원(hole in one)이라 한다. 언더파(under par)인 것이다.
대개 홀이 있는 그린에서 퍼터(putter)로 두 번 쳐서 흘아웃(hole out)하기에, 파가 셋인 홀은 첫 타에, 넷이면 두 번 만에, 다섯이면 세 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도록 거리가 설계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홀인원은 파가 셋인 홀, 버디나 이글은 파가 넷이나 다섯인 훌, 알바트로스는 파가 다섯인 홀에서 얻을 수 있는 기록인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이리도 간단한 룰을 가진 골프가 그렇게도 재미있다고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아기자기하게 설계된 골프코스외에도 라운딩(rounding)하는 날의 습도, 바람, 계절 등 날씨 그리고 운동하는 사람의 체력, 정신력의 조합에 의해 공이 아주아주 민감하고 미묘하게 영향을 받기에 칠 때마다 끝없는 변화와 묘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한 골프광이 세상을 하직하여 요단(Jordan)강을 건너게 되자 이제 이 강만 건너가면 완전히 죽게 되는데도 넋두리하길, “야 ! 요단강이 넓은 줄 알았더니 5번 아이언(iron) 정도밖에 안되네”하더란다.
공을 치는 순간 마음가짐 상태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 골프이기에, 일단 공을 치려는 사람한테는 최대한의 배려를 해 주어야 한다. 잡담은 물론 금지이고 그림자도 그 선수의 시야에서 어른거려서는 안된다. 이것이 골프장에서 매너가 극히 엄격하게 요구되는 이유인 것이다.
골프스코어는 심판이 따로 없고 자기가 기록하게 되어 있다. 한국인의 승부근성은 유별나게 강해서 그런지, 우짜든지 한타라도 줄이려다 보니 그만 슬쩍슬쩍 기록을 속이는 사람이 왕왕 있다. 굳이 한국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골퍼(golfer) 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런 유혹을 받기 마련이지만.
지나면 그 뿐인 1타를 줄이려다 평생을 살아온 그 사람의 인간성이 엿보이게 되고 평가되는 순간이다. 그러다 보니 같이 공을 친 사람 중에 다음에 다시 치고픈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나오게 되는 것이 다 클린턴 골프가 비아냥의 대상이 되는 것이, 클린턴은 그린에서 공이 홀컵 1.5m 근처에만 가면 자기가 'give'하고 공을 집어들고, OB(out of bound)날 때마다 자기가 멀리 간(mulligan)선언하고는 다시 치면서, 끝에는 “나 싱글이야”라고 얼굴 두껍게 신나게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give는 공이 홀에서 한 퍼터 길이 이내, 대개는 몇 십cm거리일 때 굳이 안치고도 홀에 들어간 것으로 봐 주는 것이고 멀리건은 통상 첫 홀 첫 타에서 0B가 나든지, 잘못 쳤을 때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나머지 골퍼가 주는 것으로 둘 다 자기가 나서서 받는 게 아니다.
사실 홀컵 1.5m는 무척 부담스런 거리다. 못 넣으면 안 되지만 못 넣기 쉬운 거리다. 경사라도 있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또 0B나면 두타를 더 먹기에 스코아 관리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웬만큼 공치는 사람, 클린턴식으로 친다면 싱글이 안 나올 수 없다.
그렇지만 누가 감히 미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각하 ! 마, 그게 아닌데예”하랴 ! No problem, sir ! 뭐, 이런 식으로 알랑대고 딸랑거리며 넘어가다 보니, 클린턴하고 관계없이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꼴시리니깐 그를 그렇게 비아냥대는 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코어를 낮추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을 지키고서 얻은 일등이고 싱글이라야 누구나 축하하고 인정 한다는 말이다.
한 순간 그립이 삐끗하면 곧이곧대로 빗나가는 골프공을 4일간 288홀 동안 꾸준히 예방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 이 홀만 잘 치면 1등, 고생한 가족들의 얼굴, 고통스러운 연습에 대한 보상, 수많은 관중의 눈, 눈, 눈 등의 생각에 한 순간 마음이 흔들리면 역시 곧이 곧대로 빗나가는 골프공을 억제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
그런 모든 것들의 뒷받침하에 정정당당히 경쟁한 결과로서 얻는 1등이기에 세계가 열광하고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미국인의 인종차별적 행태도 결국 승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골프치는 사람은 천하에 몹쓸 죽일 X들이라고 욕해대면서, 또 한편으로는 남들 다 자는 한밤중에 비싼 달러를 지불해 가며 온통 생중계해대고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하기라도 하면 국가적 경사라고 난리법석 피우는 현상에 머리가 무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더욱 헷갈릴 게다.
골프를 그저 있는 그대로 하나의 스포츠라고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 국민도 그만큼 더 성숙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