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특집-
지난해 5월 정부의 복지재원마련을 위한 공약가계부가 확정·발표됐다. 2013~2017년까지 5년간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모두 134조 8,000억원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세입확충과 세출절감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제시한 반면 세율인상 등 증세는 결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경기악화로 지난해 8조 8천억원의 국세청 소관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 역시 최대 12조원까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재원마련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정부 2기 최경환 경제팀이 지난 7월 취임하며 ‘증세불가론’을 외쳐온 정부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9월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자동차·주민세 인상안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서민증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세정책의 최대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서민증세 논란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증세없는 ‘공약가계부’…세입확충·세출절감으로 복지재원 마련
정부는 지난해 5월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공약을 지키고자 공약가계부를 작성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공약가계부는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와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총 134조 8,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으로, 재원은 직접적인 증세 없이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세입을 늘리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정부는 세입확충으로 50조 7,000억원을, 세출절감으로 84조 4,000억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세입확충의 경우 전체 재원대책의 36%에 해당하는 48조원을 국세수입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으로, 비과세·감면 정비로 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 2,000억원,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2조 9,000억원을 각각 마련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는 등 세외수입으로도 2조 7,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84조 1,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구상으로, 특히 SOC 분야는 5년간 세출 구조조정 규모가 11조 6,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신규 사업은 공약과 필수사업 중심으로 절차에 따라 추진하되, 기존 투자계획은 재점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청년창업 지원(5,000억원), 도심 내 행복주택 건설(9조4000억원),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5조 2,000억원), 어르신 국민행복연금 지급(17조원),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적용(2조 1,000억원), 0~5세 보육료 또는 양육수당 지원(5조 3,000억원), 3~5세 누리과정 지원단가 인상(6조 5,000억원),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 개편(6조 3,000억원) 등에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 새정부 2기 최경환 경제팀…‘대기업·고소득에 증세기조 유지할 것’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감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5년간(09~2013년)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해 65조원의 증세효과가 발생했다는 논리를 펴 논란이 일었다.
최 부총리에 따르면, MB정부 첫해인 08년 세법개정으로 이후 5년간 예상된 감세규모가 90조였고, 이중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에 대해 40조원, 고소득층·대기업은 50조원 감세가 예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해인 09년부터 2013년까지 세법보완이 이뤄져 그 결과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해 65조원의 증세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지난 5년간 서민중산층에 대해 40조원의 감세효과가 지속된 반면, 고소득·대기업의 경우 실질적인 (50조원의)감세규모를 제외하면 15조원의 증세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MB정부의 부자감세정책이 재정파탄을 불러왔다는 여당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설명이었다. 실질적인 자료없이 부자증세 논리를 폄으로써 반발을 불어왔으며, 실적치가 아닌 전망치를 토대로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며 혼란을 키웠다.
이처럼 정부는 MB정부 당시에도 ‘부자증세·서민감세’라는 조세정책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서민증세라는 입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8월 6일 발표된 금년도 세법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은 9,680억원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4,890억원 줄어들도록 설계했다며, 부자증세·서민감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담뱃값 인상에 인상에 자동차·주민세 까지 ‘서민증세’ 논란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 발표이후 9월 18일 정부안을 최종 확정한 가운데,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 담배를 추가하고 세율은 출고가격의 77%로 정하는 내용이 전격 포함됐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4,500원짜리 담배 한 갑 기준으로 세금과 유통 마진을 제외한 출고가격 772원에 77%(594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기재부는 담배값 인상에 따른 세수효과에 대해 담배값 2,000원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이 3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세수는 연간 약 2조 8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주민세·자동차세 등 장기 미조정 정액세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제시했다. 주민세의 경우 개인 균등분 세율을 현행 ‘1만원 이내 조례’로 정하던 것을 ‘1만원이상 2만원이내 조례’로 정하도록 하되, 2015년에는 하한선을 7천원(2016년에는 1만원)으로 연차적으로 조정된다.
자동차 소유자에게 과세하는 소유분 자동차세의 경우도 정액세율로 되어있고, `91년 대비 교통요금, 유류세 등은 2~8배 상승했으나, 현재까지 조정되지 않아 현실성이 결여돼 있어 물가인상율(105%)를 고려해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일시에 조정할 경우, 운수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금년 대비 3개년(15년 50%, `16년 75%, `17년 100%) 에 걸쳐 연차적으로 조정된다.
⏞ 증세통한 복지재원 마련 불가피, 국민신뢰 회복이 관건
이 같은 담뱃세와 주민·자동차세 인상안에 대해 야당을 비롯 시민단체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서민증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담뱃세 인상 명분에는 일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서민 부담을 키우는 간접세 인상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세저항이 극심한 직접세보다는 저항은 적으면서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한 간접세 인상으로 세수를 확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며,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담뱃값 인상은 서민층에게 세 부담을 전가하는 서민증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족한 세수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부자증세 없이는 담뱃값 인상은 일부 타당성에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정부가 이를 강행하면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측도 정부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잘못된 부자감세 정책에 대한 철회 없이 국민 호주머니에서 간접세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며,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엄포를 놨다.
반면, 기재부는 담배세 국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일본, EU 등 대부분 국가에서도 흡연억제를 위해 담배에 대해 국세를 부과 중이며 국세로 과세하는 경우 약 40%는 지방(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돼 지방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건강을 위한 세금인상은 서민증세로 볼수 없다는 논리는 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지난달 17일 국감에서 “세수목적이 아닌 건강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증세로 볼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서민증세 논란은 부자감세 논란에 기초를 두고 있다. 정부는 09년부터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부자감세· 서민증세’를 지적하며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서민증세 논란은 결국 정부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담배가격이 올라 개별소비세가 인상돼 국민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상황에서 ‘서민증세’가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복지재원마련을 위해 담배가격을 인상하고, 그 재원의 일부를 국민건강에 활용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됐다면 오히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증세가 아니라’는 정부 입장이 오히려 ‘증세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되새겨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