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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사회복지세’ 도입 논의를 보고

우명동<성신여대 교수>

우리 사회에는 낮아지는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 등으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들이 제시돼 오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는 영유아 보육서비스 확충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고, 한편에서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개선하는 등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정책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 소요되는 재원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고 지출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지속 가능한 사회 틀을 구축하기 위해 늘어나는 사회복지비를 충당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어서 이대로라면 재정적자의 누적이 예견되고 있다는 데 있다. 증세가 필요한 대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이 OECD 평균값에 크게 밑돌고 있다는 사실도 이에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서 많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여러 대안들 중에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 등 여러 곳으로부터 ‘목적세’로서 ‘사회복지세’ 도입방안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체적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별도 세원을 확보하자는 데는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세를 징수함으로써 한편으로 복지 수혜자들로 하여금 복지가 무상이 아님을 인식시킴으로써 책임감을 제고시키면서, 궁극적으로 복지서비스를 확충해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제고시킨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목적세는 이처럼 해당 서비스 차원에서 보면 부담과 편익을 연계시켜 징수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재원의 효율성도 제고시킬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나라 살림살이 전체 관점에서 보면 재원들 사이에 칸막이를 설정해 재원 사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어서 긴박한 특정 목적을 위해 임시적으로 시한을 정해서 활용하겠금 돼 있는 제도임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조세부과원칙 중에 ‘목적구속금지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서비스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 작금에 사회복지서비스는 특정목적 수행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매우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사회적 기능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는 이처럼 보편적 성격을 띠고 있어 한번 늘어나면 돌이키기 힘든 성격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 공급을 위해 한시적 성격의 목적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지금 제안되고 있는 사회복지세안들은 기존의 직접세에 단일 또는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기존의 세목별 부담비중과 계층별 부담구조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금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조세증징이 거론되는 데는 기존의 세목별 부담수준과 부담구조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 구축을 위해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지출이 요구된다면 목적세로서 ‘사회복지세’를 구상하기 보다는 오히려 보통세 차원에서 증세를 고려하면서 전반적으로 조세군별 세수비중과 각 조세의 계층별 부담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세과정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확충해 소득과 부의 지나친 편재현상으로 인해 갈라진 사회를 통합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높여가자면서, 일반 대중들의 부담을 늘리는 조세종목이나 부담구조를 택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복지라는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 생활조건을 개선시켜 줌으로써 그들에게 생산적 능력 발휘의 기회를 제공함과 더불어 사회적 통합을 강화해 결국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을 제고시키는데 뜻을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릇 조세개혁 구상은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매우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것이기 때문에 증세를 위한 최종적 조세종목의 선택이나 그 부담구조의 설정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를 모아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과세는 그 대상이 되는 우리 사회경제의 수준이나 구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증세를 거론하는 것은 작금의 우리사회가 갖가지 갈등요인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어 그 개선을 위해 조세를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증세를 위한 부담구조도 그러한 사회로의 진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구상돼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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