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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민간투자사업 4.0 시대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정부재정사업과 민간기업 영리사업의 중간영역에 있는 것이 공기업사업과 민간투자사업이라 할 수 있다. 공기업 투자사업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관련 공기업의 시설투자사업,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시설투자사업 등으로 공공요금으로 투자재원을 회수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민간투자사업은 정부예산으로 건설하고 운영해 온 도로, 철도, 항만시설, 학교, 군사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민간자금으로 건설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취지는 재정사업만으로 이러한 기반시설을 건설하려 할 경우 너무나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 있어 민간자본을 동원해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앞당기려는 것과 또다른 하나는 민간의 창의와 유인기제를 활용하고자 함이라 하겠다.

 

민간투자사업은 시행방식에 따라 크게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구분된다. 사업자에게 일정기간 관리운영권이 부여된다는 점에서는 수익형 민자사업과 임대형 민자사업이 유사하나 사업자가 직접 시설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과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임대형은 차이가 난다. 2005년 학교, 군 주거, 보건의료시설 등 생활기반시설이 민간투자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임대형 민자사업이 주를 이루게 된다. 2012년말 현재 수익형은 153개 사업이 운영 중이고 임대형은 327개 사업이 운영 중이며 시공 중이거나 시공준비 중인 것은 각각 57개, 96개 사업으로 임대형이 사업 수에서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투자비를 살펴보면 2012년 투자비 기준으로 수익형은 2.8조원과 임대형이 3.5조원으로 수익형이 주로 대형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의 계약을 경신하면서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을 발표했다. 사업재구조화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맥쿼리 등 민간사업자 주주를 전면 교체했다. 둘째, 운임 결정권을 서울시로 이전했다. 셋째, 민간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지급규정을 폐지했다. 넷째, 사업수익률을 시중금리에 맞게 13%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다섯째, 비용부족분만을 지원하는 관리운영비 절감과 1천억원 규모의 시민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민자사업하면 돈 먹는 하마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혈세 낭비 논란이 끊이질 않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개 민자사업 기간이 30년 전후의 장기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정확한 수요 예측이 어려운 점은 인정이 되더라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치를 기초해 사업의 타당성이 분석되는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2013년판 OECD factbook에 의하면 2010년 기준 OECD 평균 경제사업비가 전체 예산의 14.2%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40.0% 수준에 달한다는 점은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이 많이 있다. SOC사업도 복지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1994년 민간투자사업이 처음 도입된 때를 1세대, 1999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펀드 및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를 도입한 때를 2세대, 임대형 민자사업방식이 도입된 2005년 이후를 3세대라고 한다면 이제는 민자사업 4세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위험, 중수익모델을 통해 수요예측 관련 정확한 기준을 법제화하고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예비타당성조사의 재점검 및 국회 검토, 투자수익율 공시, 그리고 사업의 총생애주기 관리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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