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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기고] -명예롭게 성공한 국세청장-

박찬훈(前서초·삼성세무서장, 에이스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

또 터졌다. CJ사건에 연루되어 모 전 청장과 모 전 고위직이 검찰조사를 받고 사법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잊어버릴 때쯤이면 또다시 불거져 나오는 사건사고 때문에 개과천선, 잘해보자는 그간의 노력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고 국민불신은 눈덩이처럼 다시 쌓여간다. 언론에서는 국세청을 도마에 올리고 청장을 비롯한 조직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전·현직 모든 국세동우는 내 잘못, 내 책임이 아니라며 외면하지 말고 같이 반성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납세자여러분께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하여 함께 사과말씀을 드려야한다. 망연자실한 나머지 꾸준하게 추진해야할 국세청의 개혁과 쇄신작업의 속도를 줄이거나 주춤해서는 안 되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청장사건의 원인을 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자.

 

정치적사건과 개인적사건

 

1966년3월3일. 국세청개청이래 초대 이낙선 청장에서 부터 19대 이현동 청장에 이르기 까지 18명의 국세청장 가운데 무려 8명이 이런저런 사고로 구속되거나 옷을 벗었다. 몇 분은 조세 권력을 이용하여 정치자금을 부당하게 조달한 혐의로 물의를 빚은 사건이었고 몇 사람은 축재나 업무 부당지시, 수뢰, 처신잘못 등의 혐의를 받은 사건이었다.

 

전자는 ‘정치적사건(政治的事件)’, 후자는 ‘개인적사건(個人的事件)’으로 굳이 나눠 볼 수 있다. 이 중 개인적인 사건에 대해 짚어보자. 이 분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엄청난 출세를 했고 모두가 고시출신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비록 학교공부는 잘했을지 몰라도 세상살이에는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분들 모두 필자와는 막역한 사이이었기에 안타까운 마음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국세청장은 아무나 가는 자리가 아니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자리다. 혼자서 획득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보낸 동료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이 있었음을 간과하지 않았는지? 높아지면 바른소리 보다는 아첨소리를 더 좋아하게 되고 지시만하면 안 되는 일이 없기에 자만이 지나쳐 과욕한 것이 아닌가?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명예롭게 박수 받고 떠난 청장들

 

 

청장자리는 엄정한 공무집행은 물론, 매사에 신중하고 처신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며 겸손해야 탈이 없는 자리다. 명예롭게 박수 받으며 조용히 내려와야 할 자리이지 도망치듯 헐레벌떡 숨 가쁘게 내려오는 자리는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다. 국세청 개청 이래 별 탈 없이 청장을 역임하신 분은 모두 열 분이다. 이들 중에서 순수한 국세청출신이 청장으로 내부승진하고 업적을 남긴 후 따뜻한 박수 받으며 명예롭게 국세청을 떠난 청장은 불과 4명이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원칙에 입각한 공평무사한 업무처리와 무서울 정도로 신상관리에 엄격했다는 점이다. 특히, 서영택, 추경석, 이건춘 세분은 국세청장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건교부장관으로 발탁되었고, 퇴임 후에는 국세동우회 회장을 맡아서 봉사했거나 현재 회직을 맡아서 마지막까지 국세사랑에 헌신한 것이 공통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말로 성공한 국세청장은 공직을 영예롭게 마치고 국세동우회장직까지 성공적으로 지내신분 이어야만 비로소 ‘명예롭게 성공한 국세청장’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단점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취임하는 청장은 이분들의 처신을 귀감으로 삼고 장점을 본(本)받아야 할 것임을 당부 드린다.

 

조직사랑을 먼저 생각해야

 

앞으로 무슨 일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국세청이라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취임축하금’이라는 J 전국세청장의 검찰진술은 마치 관행인 것처럼 오해받아 조직에 한 번 더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지 어떻게 관행이었단 말인가? 씁쓸하기에 앞서 한심하다. 3대 고재일 청장 이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쌓아온 국세청의 공정한 인사질서, 업무집행 자세를 깨뜨린 분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특히, 국세청 상층부출신은 물의를 일으켜 국세청위상을 떨어트리고 국민신뢰를 실추시켰다면 이에 실망한 납세국민이나 고통을 겪은 전·현직동우들에게 동우회지 ‘회원광장’을 이용하거나 국세관련 신문을 통하거나 편지를 보내서라도 사과 또는 유감표명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수개월 어물쩍 넘기고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공적장소에 슬그머니 나타나 웃고 있는 모양새가 정말로 보기 싫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나의 40여년 취미는 낚시다. 요즘도 자주 간다. 낚시터의 흐린 물은 상류가 아니라 반드시 하류에 있고, 만약 상류가 흐리면 낚시터 전체가 오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은 진실이며 어느 조직이라도 상층부가 혼탁하면 전부가 엉망이 된다는 교훈을 낚시터에서 배웠다. 이런 소중한 교훈을 터득하게 한 나의 취미를 살생이니 하면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 국세동우들이여! Golf대신 나와 같이 낚시 갑시다.

 

다시 시작 하십시다.

 

 

박근혜 정부출범과 함께 제20대 국세청장에 취임한 김덕중 청장은 지덕(知德)을 겸비한 훌륭하신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뢰복구를 위해 취임 초부터 애쓰고 있다. 비리척결을 위해 감찰TF팀 운영,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 등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불쑥 튀어나오는 과거사건이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선배입장에서 미안할 따름이다. '다시 시작 합시다. 퇴직한 선배 국세동우들도 적으나마 힘 보탤 것입니다.'

 

국세청은 납세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조직이다. 신뢰를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세정을 공평무사하게 엄정히 집행하는 길 밖에 없다. 그것이 곧 국세행정 최고책임자의 책무라 할 것이다. 이제 지난 일들을 거울삼아 우리 모두 맡겨질 일에 열정을 쏟읍시다. 국세청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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