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6.04.03. (금)

기타

한은 "2000년 들어 정부 재정지출 효과 약화"

한국은행이 2000년대 들어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지출승수)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입의존도가 커지고 정부투자지출 비중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지출승수'란 한 단위의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얼마나 국민소득이 늘어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안정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최대 20조원까지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보고서여서, 경제정책과 체감경기를 놓고 정부와 한은 간 괴리가 느껴진다.

한국은행 조사국 계량모형부 최진호·손민규 과장은 2일 '재정지출의 성장에 대한 영향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분기부터 2011년 4분기까지 재정지출로 1원 추가 늘렸을 때의 정점승수는 0.44원이었다. 이는 2000년 이전(1985년 4분기~1999년 4분기)의 평균 정점승수인 0.78원보다 훨씬 낮다. 정점승수란 지출 증가분 대비 재정투입효과가 가장 높은 시점에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비율을 말한다.

재정투입 당시의 지출 증가분 대비 GDP 증가분의 비율을 뜻하는 당기승수도 같은 기간 0.76원에서 0.27원으로 축소됐다.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약화된 요인으로는 수입의존도 증가에 따른 대외누출 확대와 정부투자지출 비중 감소를 들었다.

최 과장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일수록 재정지출을 통해 유발된 유효 수요가 상당부분 수입을 통해 누출되면서 지출승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투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의 부가가치유발효과 감소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대로 GDP갭률(실제GDP와 잠재GDP의 차이)과 가계부채 누증은 지출승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경기국면별 지출승수의 추세 괴리도를 보면 경기확장기 지출승수는 0.011 하락했다. 반면 경기위축기에는 0.013 상승했다.

최 과장은 "경기침체기에는 대규모 유휴설비의 존재로 재정지출의 민간수요 구축효과가 완화돼 재정정책 효과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유동성제약 가구를 증가시켜 가계소비의 현재소득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지출승수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출승수를 높이려면 추경 규모보다는 재원의 쓰임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최 과장은 "정부투자지출 항목 중 연구개발(R&D)·소프트웨어 등 무형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민간경상지출의 경우 수혜대상을 저소득층·고연령층·유동성제약 가계 등 취약계층으로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인구고령화 영향에 따른 중기적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감안해 일시적 성격을 갖는 재량지출 사업 위주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