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된 건강보험료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다. 직장가입자는 직장에서 받는 근로소득의 일정비율(2012년 2.9%, 고용주 부담 포함 5.8%)을 납부하는데 비해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가족 구성원의 연령 구성, 자동차를 포함한 재산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가입자의 소득 대비 보험요율이 높아져 불만의 요인이 된다. 특히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경우에는 소득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퇴직자가 소득이 없는 경우에 직장가입자인 다른 가족의 피부양자가 되면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지 않는데 비해 약간의 소득이 있는 경우나 자신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 다른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재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을 일원화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소비과세에 부가해 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서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더 나은 방안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험료'와 '세금'의 성격 중 어느쪽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인지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와 세금의 성격을 구분하는 데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필자는 여기서 수익자 부담원칙, 재분배 효과, 징수한 요금의 귀속 세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어떤 이름으로 징수하든 수익자 부담원칙이 지켜지고 소득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징수한 수입이 모두 건강보험의 운영에 사용된다면 보험료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재원조달 방식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용이하고 재원의 용도가 명확하므로 수입 증대 필요가 있을 때 국민을 설득하기 용이하며, 재원과 사용처가 명확하게 연계되므로 재원 운용에 있어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익자 부담원칙이 적용되면 수혜자의 한계수익과 비용을 고려해 부담수준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가격결정이 가능하며 그러한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혜택과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재분배를 최소화할 수 있어 그에 따른 경제활동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부담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 즉, 재분배 기능이 약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험료의 장점과 단점은 각각 조세의 단점과 장점이 된다.
이와 같은 장단점을 비교해 볼 때 건강보험제도를 통해서 소득재분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세금보다는 보험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건강보험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일시에 고액의 진료비가 소요돼 가계가 파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원리에 의거 국민들이 평소에 보험료를 낸 것을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운영하다가 국민들이 의료를 이용할 경우 보험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상호간에 위험을 분담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보험'이 강조된다면 건강보험과는 영 무관한 소비과세, 이자·배당 등에 대한 자본소득과세로 보험료 부과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료 부담과 건강보험 혜택의 관계를 약화시켜 건강보험 운영의 투명성 제고, 한계비용을 반영한 가격체계 형성 등 보험료 체계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부양가족 수를 적절히 반영한 요율체계를 개발해 수익자 부담의 성격을 강화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가입자의 요율조정을 통해 수평적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직장가입자로서 오랜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퇴직자에게는 별도의 요율체계를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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