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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1. (화)

영유아 보육정책에 대한 중앙·지방의 역할분담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소득수준 하위 70%인 가구에 보육비를 지원하던 것을 모든 가구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하기로 돼 있는데, 이에 대해 최고소득계층에게도 보육비를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고, 서초구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논의에는 두가지 중요한 이슈가 포함돼 있다. 하나는 소득재분배 관점에서 영유아 무상보육 대상을 모든 소득계층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이 문제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문제이다. 이 중 소득재분배에 대한 문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중앙·지방간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영유아 보육에 대한 중앙·지방간 책임 문제에 대한 첫번째 이슈는 영유아 보육에 대해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일관적인 잣대를 적용해 정책을 수립하고 획일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많은 경우에 사회복지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지원은 이들 지원의 대상자를 해당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일할 능력이 있는 건장한 젊은이들을 유인하는 데는 효과는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복지를 확대하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하는 정책도 있으며,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정책보다는 지역별로 차등화된 정책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영유아 보육정책이 어느 쪽에 해당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학교 무상급식의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시행했다.

 

두번째 문제는 중앙정부가 확정한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 시행하도록 하면서 재원의 일부는 자치단체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방법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사회복지를 빠른 속도로 확대하면서 이와 같은 방식에 의존했다. 전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은 재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렇게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상당부분 중앙정부에서 국세로 징수해 지방에 배분한 재원이라는 점에서 급속하게 확대되는 복지재원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책임을 지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유아 무상보육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을 더 징수하지 않고 다른 부문의 재정지출을 축소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지방재정의 중앙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재정의 자율성이 제약이 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즉, 지방재정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적인 사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국가 주도 사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국가 주도의 정책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특정 정책에 대해 지방과 중앙의 견해가 다를 수 있고, 국가 주도 사업의 경우 궁극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질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해 영유아 보육정책을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즉, 중앙정부의 지원규모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되 향후 보육지원의 확대와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은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영유아 보육비 지원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며, 지원대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좀더 충실한 지원이 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에게 맡기고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계획한 사업에 대해 재정여건과 사업의 내용을 검토해 재정지원 여부와 지원규모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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