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득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자영사업자들의 사업소득세 탈루에 대응해 과표양성화를 목적으로 근로소득자에게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 비율을 소득공제해 주는 공제제도가 1999년 8월에 도입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거래는 거래의 증빙자료가 남기 때문에 신용카드 거래분에 대해서는 거래사실을 숨기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금거래를 신용카드 거래로 대체하는 경우 사업소득자들의 소득탈루 가능성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이런 취지에서 사업소득 과표양성화 목적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방안이 과표 양성화를 위한 정책수단 중 하나로 입안됐다.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인제도가 필요했다. 거래의 편의성 증진이라는 보편적인 장점 외에도 신용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가시적인 혜택이 주어져야만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을 담보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해 사업소득의 과표가 양성화되는 경우 증가된 세수의 일부를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환원함으로써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가 도입된 배경이다.
다만 문제의 출발점이 사업소득자들에 대한 보고누락소득을 찾아내는 데 있는 만큼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의 혜택은 근로소득자에게만 한정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아울러 과표 양성화를 위한 과세당국의 전방위적 압박방안으로 영수증복권제도 등도 비슷한 시기에 함께 도입됐다.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를 통한 근로소득세 부담의 경감은 세부담의 형평 제고를 위한 구조적 조정이라기보다는 사업소득세 과표양성화를 위한 한시적·예외적 성격의 제도로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세무행정상 일단 과표가 노출되면, 과표양성화를 위해 도입됐던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 등이 폐지되더라도, 제도 도입 이전 수준으로 과표를 축소해 신고하기 어려워지는 특성이 있다. 또한 일반적인 소비지출에 대해 단순히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조세이론상으로도 과세의 근거가 박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단순히 신용카드로 소비지출을 했다고 하여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은 타당성을 찾기 어려우며,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는 과표양성화 효과를 감안해 예외적인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조세정책상 사업소득에 대해 과표양성화라는 일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시적·예외적 제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세수증감 효과와 소득재분배 증감 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다. 2009년 시점을 기준으로 필자가 직접 추정해 본 결과,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를 통해 달성된 사업소득 과표양성화 효과로 인해 소득세 세수는 총체적으로 약 9천억원 정도 순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표양성화를 통해 사업소득세수가 약 2.3조원 증가했지만, 소득공제로 인해 근로소득세의 세수가 1.4조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자를 합산하면 순증규모가 도출된다. 세전·세후 지니계수의 변화율을 기준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추정해 보면, 동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0.04% 정도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 내역을 보면 사업소득세 과표양성화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0.23%p 증가했지만, 근로소득세를 경감해 줌에 따라 소득재분배 효과가 0.19%p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를 통한 과표양성화를 통해 사업소득세의 세수증가 효과와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화효과가 상당히 큰 것으로 추정되지만,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로 인해 근로소득세의 세수 경감과 소득재분배 기능 약화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과표양성화를 통한 세수 증대 및 소득재분배 기능의 강화 효과가 대부분 상쇄될 정도로 크게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정책효과를 평가해 볼 때,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는 사업소득세 과표양성화를 통한 사업소득세수의 증가와 그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 상승이라는 소기의 정책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공제제도가 계속 유지되면서, 동 제도가 근로소득자에 대한 구조적·근본적인 세경감 제도로 오인되면서 본래의 정책목표가 크게 변질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과표양성화 달성을 위한 예외적인 소득공제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경감 제도로 오용돼 장차 소득세제 정상화 작업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세자 연맹 등 시민단체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가 유리지갑인 서민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을 경감시켜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소수의 고소득자들에게 세경감 혜택이 집중돼 오히려 근로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는 이미 사업소득세의 과표양성화라는 본래의 정책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막대한 세수 손실과 부(-)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초래하므로 본래의 취지에 부합되도록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각에서는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는 존치하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으나 양자간의 대체탄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직불카드의 경우에도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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