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체납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성실 납세자의 세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체납세금을 징수하는 부분에 있어 정계, 학계, 정부 내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에서는 매년 늘어만 가는 세금 체납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징수하는 업무를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간에 위탁할 경우 인권침해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있다"며 민간위탁에 반대하고 있다.
체납세금 징수업무 민간 위탁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글로벌 경제 위기로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정건전성이란 쉽게 말해 나라의 곳간에 곡식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말은 나라의 곳간에 쌓인 곡식이 거의 바닥이 났다는 말이 된다.
나라의 곳간이 비게 되면 흉년이 들거나 환난이 발생했을 때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을 위해 나눠 줄 곡식이 없게 된다. 백성들이 굶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환난이라고 하면 외적의 침입이나 질병 등이 지목됐겠지만 오늘날에는 경제 위기가 환난이라고 할 수 있어, 최근 정부는 큰 환난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곳간을 열었다.
지금까지 곳간에 차곡차곡 곡식을 쌓아 재정건전성을 강화해 놓은 우리나라는 이번 글로벌 재정위기에 곳간을 개방함으로써 큰 파고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에 곳간을 연만큼 빈 곳간을 하루 빨리 채워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누구도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번 경제위기를 탈출한다고 해서 또 다시 위기가 닥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하루 빨리 곳간을 다시 채워 재정건전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무상복지,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곳간을 열게 되는 일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 만큼 복지에 사용될 재원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부가 곳간을 채울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금(조세)이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곳간이 채워지지 않는다. '내 손에 돈이 들어와야 진정 그것이 내 돈'이라고 하듯이 징수업무까지 마무리 돼야만 곳간은 채워지게 된다.
작년 체납세금 22조원↑
'세금을 내고 싶어 내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별별 편법․불법수단이 동원되는 요즘 더욱 징수업무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곳간을 채워 불확실한 미래를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고, 백성이 굶주리는 일이 생각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체납자의 수와 체납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으로,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세청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2010년 세금 체납액 총액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방정부가 징수하지 못한 지방세와 중앙정부의 국세 체납액 규모가 2008년 19조3천억원, 2009년 20조6천억원, 작년 22조2천억원으로 3년 연속으로 1조원 이상씩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체납액인 22조2천억원은 지난해 예산(292조8천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체납자 수도 증가해, 10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는 2007년 42명, 2009년 55명, 2010년 78명으로 최근 4년 사이 85.7% 증가했다. 1억원 이상 체납자 역시 같은 기간 36.6%나 늘었다.
더욱이 체납자 문제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강조한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걸림돌이 된다.
정부의 예산은 정해져 있는 데 불성실 체납자가 늘어나면 성실한 납세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 이를 충당해야 한다. 이는 분명 '공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체납세금 징수업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지자체 세금체납 관리 강화,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인식에 입각해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
국세 징수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지난 2월 고액·상습 및 지능적 재산은닉 체납자를 관리하기 위해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을 창설, 6개월만인 지난 8월까지 총 1조903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지방세를 징수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체납세금 해결을 위해 전 지자체간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특별징수기간 운영, 압류, 공매, 명단공개, 출국금지 등을 통해 대대적인 체납 일소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노력은 그러나, 체납세금 해결에 있어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체납형태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징수 인력은 부족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체납하는 이들을 찾아내 체납세금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체납징수 담당 공무원의 증원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이같은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이유로 조세전문가들은 징수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사법 경찰과 같은 권한을 주고 인센티브를 더 많이 부여하자는 의견과 함께 민간에 징수업무를 위탁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 징수업무를 위탁하는 문제는 정계, 학계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민간단체 내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국세 분야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최근 체납국세 징수업무를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한다는 내용을 '2011 세제개편안'에 담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징수업무를 캠코에 위탁하는 내용을 제출하면서 "세금체납 징수업무를 위한 행정인력 확충에 한계가 있어 민간부문의 전문성 및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징수업무를 위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런 만큼 캠코에 징수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민간 위탁 전 시험단계로 민간 위탁을 위한 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공권력인 징수업무를 '덩치가 큰' 국세부터 정부에서 공공기관으로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지방세는 시험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자체에서 민간으로 이전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징수업무 민간위탁 '인권 침해 우려'
그러나 지방세제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국세 징수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 등은 "인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체납세금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민간은 어디까지나 경제 논리에 입각해 징수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민간위탁업체는 체납액을 징수하지 못하면 보수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고 계약된 보수를 지불받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징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지방세 체납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경우 납세자의 개인정보를 민간업체에 제공해야 하므로 개인정보유출의 소지가 높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외에도 민간추심업체에서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성과 책임성이 담보될 수 없고, 민간기관에 지급되는 수수료 외에도 관리․감독에 따른 공무원 인간비 등 간접경비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들고 있다.
강병규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징수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할 경우)납세자 권익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도 물론이거니와 국가가 추구하는 조세의 목적이 왜곡될 우려도 크다"며 "한 사람의 악인을 잡기위해 열 사람의 선량한 사람의 권리가 침해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징수업무 민간위탁 '인권침해 우려는 기우'
반면, 찬성의 입장을 보이는 이들은 "민간부문은 경쟁이 존재하는 만큼 개인정보유출과 불법적 강압적 징수활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민간부분 업체는 그 분야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어 경제적으로 위험에 빠지고, 나아가 회사 존재 이유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은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체납징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고, 다양한 금융채권 추심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체납징수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민간업체 위탁을 주장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은 "지방세는 현재 수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며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 민간에 위탁하는 문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