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한상률 前 국세청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전군표 前 청장의 妻) 이某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8일 진행된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이씨는 "남편(전군표 前 청장)이 부산지검에서 무죄를 다투고 있을 당시인 2007년11월 한상률 청장은 3번이나 머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이는 국세청이 나서 남편의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2007년 11월 당시 전군표 前 청장은 정상곤 前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상납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부산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한 前 청장은 이와 관련 "이씨가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내 인격을 짓밟은 것을 기도를 하면서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가 안됐다"면서도 "돌이켜보면 전군표 前 국세청장이 구속적부심을 앞둔 상황에서 대국민사죄를 한 것이 이씨를 화나게 했고 결국 거짓말을 하도록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군표 前 청장과 청장자리를 두고 경합할 당시에 경합을 포기하면서까지 전 前 청장을 도왔다"며 "하지만 전 前 청장의 사건이 터지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참담했고, 직원들 보기에도 민망해 3번이 아니라 10번이라도 사죄를 했을 것"고 밝혔다.
한 前 청장은 다만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고 답답한 심정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거짓말로 해를 입혀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였다면 구속적부심이 끝난 이후에 사죄를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 前 청장은 또 아내 김某씨에게 그림값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前 청장은 500만원에 산 '학동마을'을 '아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100만원짜리 그림 한 점 구입했다'고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 김씨는 '100만원 짜리인 줄 알고 감사의 의미로 전 前 청장의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진술했다.
한 前 청장은 "가족에게는 거짓말이 없어야 하는데 우리 형편에 그림이냐는 느낌이 들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며 "무심코 한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가슴을 쳤다"고 말했다.
고문료와 관련해 한 前 청장은 "평상시 전관예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소신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도피하고 몇억원씩 챙긴 것처럼 보도돼 개탄스러웠다"며 "고문계약체결 당시 좀 더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고, 계약 체결 후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 前 청장은 "이 재판을 통해 사실이 그대로 밝혀져 국세청의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고 직원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며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이므로 유무죄에 상관없이 새롭게 바르게 살아 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