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연구원이 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특수관계 기업간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에 대한 과세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사진>는 "일감 몰아주기 기업에 대한 제재는 상증세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박기백 교수는 "자유로운 경쟁을 헤치는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물량 몰아주기 기업들은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가 효율성이 아니라 부의 대물림의 수단이고 다른 기업의 일감을 뺏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자식에게 1천만원을 넘겨 줬다면 내 돈 1천만원이 줄어드는 것을 증여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일감몰아주기는 증여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할 경우 일감을 받은 상대방은 수익이 증가한 것 같은데 일감을 준 기업의 경우 소득이 감소한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라는 것이 들어가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며 "위헌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박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가 공정한 거래를 어기는 것이면 증여세 과세보다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제재를 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법원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끔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부당한 행위를 가만히 두고 세금으로 제재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며 "세금으로 제재를 하는 것보다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감 몰아주기가 다른 기업들에게 일감을 받을 기회를 뺏었다면 재제를 가하는 방안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세를 하고 싶다면 주식양도차익 과세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중간에 과세할 방법이 없어 우연히 곡물가나 유가가 오려면 과세하는 우연과세 방식을 선택해야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는 의도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우연과세방식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아울러 "사실 대기업 입장이라면 특수 관계자에게 넘기고 싶을 것이다. 그런 의도를, 욕망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대기업이 경영권을 상속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 분위기가 관대해져야 하는 반면 요구사항을 늘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