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요즘 국세공무원들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속담이 아닌가 싶다.
불미스러운 일이 터질 때마다 가장 먼저 쇄신의 대상이 되는 타깃이 하위·중간급 직원들이었던 탓이다.
최근 국세청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전직 간부들이 연루되고, 한상률 前 국세청장은 주정업체에서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다 이희완 前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는 등 안팎의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에 침울한 분위기다.
게다가 이현동 국세청장이 직접 '골프모임'을 자제를 당부한 가운데서도 일부 직원들이 골프를 친 사실이 감찰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세청 직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국민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세청은 감찰을 통해 직원들의 점심시간 준수여부를 확인하는 등 내부기강 확립에 몰두하고 있다.
감찰 활동이 강화되면서 국세청 직원들은 "잘못은 위에서 하고, 밑에 있는 사람들만 군기를 잡는다"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중요한 시기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가라'는 말이 있듯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있다.
직원들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인들과의 약속도 최대한 자제하고,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업무복귀 시간도 철저하게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국세청 내 작은 변화와 내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전국 조사국장회의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직원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국세청 본청과 수도권 조사국장 9자리 중 5명이 한꺼번에 바뀐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자리인 만큼 이현동 국세청장의 쇄신 의지가 강하게 투영될 것으로 예견됐기 때문.
이날 이현동 청장은 관리자들의 엄격한 자기절제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를 묵묵히 이행하고 있는 직원들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보고도 놀라'듯이 자신들에게 '더욱 더 자기절제를 요구하지는 않을 까'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