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의 '富(부)의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칼을 빼 들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에 대해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당정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공시대상이 되는 내부거래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계열사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억제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자재구매대행이나 물류, 전산, 광고, 유통 등의 분야에서 계열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줘 부를 불법적으로 승계하고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태' 어떻기에?
당정은 대기업들은 A4용지, 가위 등 소모성 자재를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MRO 업체 등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를 등을 통해 과다한 이익을 제공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의 MRO 업체는 소속된 시장에서 경쟁상 부당한 우위를 획득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을 저해하는 등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에게 대기업 계열 MRO 업체와의 거래를 강제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 MRO 업체가 원가절감 명목으로 납품업체에게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등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2000년을 전후해 대기업들이 설립한 MRO 업체들은 10년여가 흐르는 동안 외부 납품 대상을 크게 늘려 중소기업의 영역을 크게 잠식했다.
현재 MRO 1위 업체는 LG그룹의 계열사인 서브원으로 지난해 MRO와 직결된 매출만 따져도 2조2천억원에 육박한다.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IMK)도 1조5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포스코의 엔투비, 코오롱의 코리아이플랫폼 등도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 MRO․유통업체 등의 경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청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소 MRO사의 매출액은 25% 감소했으며, 이같은 결과는 대기업 MRO업체의 사업 확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벌 일감몰아주기 막을 방책은?
당정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중소기업의 일감을 빼앗는다는 1차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편법으로 부를 편법으로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체로 비상장인 MRO 업체에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줘 기업 가치를 키우면 향후 상장할 때 막대한 차익이 생긴다.
이 회사들의 지분은 오너의 2, 3세가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일감을 몰아준 뒤 상장시키면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고 거금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정은 그런 만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법위반 발견 시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또 이사회 의결과 공시의무 대상이 되는 내부거래의 범위를 확대하고, 상장사의 공시주기를 연1회에서 분기1회로 단축하는 한편 공시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당정은 이를 위해 공시대상 기업은 이사회의결 및 공시의무 대상이 되는 동일인, 친족 범위를 현행 30%에서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경우 대상기업은 현재 217개에서 245개로 늘어난다.
아울러 이사회 의결과 공시의무 대상이 되는 거래금액도 현행 자본총계, 자본금 중 큰 금액의 10% 이상 또는 100억원 이상에서 5%이상 50억원으로 조정키로 했다.
현재 상장, 비상장 모두 연 1회 공시하는 상품, 용역 거래내역을 상장사의 경우 분기별 공시로 단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수시공시, 정기공시 모두 개별거래의 조건(단가포함), 거래목적, 유형별 거래품목, 거래량 등이 구체적으로 공시될 수 있도록 공시내용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계열사별 내부거래현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매년 1회 공개함으로써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관련 현황이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기업의 자기규율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지배주주를 위한 물량 몰아주기 견제를 위해 '회사 기회 유용금지' 및 '자기거래 승인범위 확대' 규정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당정은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간 부당거래를 통해 변칙적인 방법으로 세금 없이 부를 이전하는 사례 등에 대해서는 조세측면에서도 적극 대응키로 했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이번엔 가능할까?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논란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 때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종전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당사자 간 계약을 전제로 한 일반적인 증여 외에도 법령에서 열거한 유형의 자산 무상이전에 대해 증여로 보아 과세(유형별 포괄주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령에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은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말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기존의 16개 유형별 상속·증여 의제를 '완전 포괄주의'로 바꿨다.
법령에 열거된 과세유형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재산의 무상이전에 해당하는 경우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증여시기․증여이익 산정 등 구체적인 과세요건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에 공평과세 측면에서도 '세금 없이 富를 대물림'하는 부분에 대한 방지대책 꼼꼼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세청, 조세전문가들이 참여한 T/F에서는 과세범위, 증여이익 계산 등 구체적인 과세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으로, 7월 중 구체적인 과세방안을 마련해 8월말 세제개편안에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