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한-EU FTA가 발효된다. 현재 EU 27개 국가로 수출하는 많은 기업들이 원산지수출자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관세청에서는 수출입 기업을 돕기 위해 FTA 무료 컨설팅, 사전인증제도 도입, 원산지관리시스템의 배포, 기업설명회 등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수출 물량에 대비한 원산지인증 수출자 지정 비율은 높지만, 업체 기준으로 보면 4,300여개의 대상기업 중 1,300여개의 업체만이 인증수출자번호를 부여받았다. 원산지수출 인증이 미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원산지관리시스템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것이다.
한·EU FT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출자 인증이 필요한데, 업체별 인증 수출자번호를 취득하기 위한 요건의 하나가 바로 'FTA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 많은 IT업체에서 앞다퉈 FTA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세청에서도 국제원산지정보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FTA-PASS'라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다. 영세 수출입 업체 입장에서는 시스템 고비용에 따른 기회비용 문제, 원산지 전담 인력의 문제, 자료 업데이트 문제, 품목분류 결정문제, 사후검증 문제, 자료와 시스템의 연동문제 등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난제가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시스템'에 관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관세청에서는 'FTA 원산지 관리시스템' 대신 업체내 부서간 FTA 관련 원산지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업무 매뉴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시스템 도입을 생각하기 전에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업무 매뉴얼을 작성해 활용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FTA원산지에 대한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않고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부서와 관련돼 있으므로 원산지 전담직원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이 어려워하는'원산지 관리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전산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가져오는 폐해는 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후 오류 시정, 검증에 대비한 자체 진단, 실시간 자료 업데이트를 실행할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수출입업체의 FTA 업무 매뉴얼 작성을 돕기 위해 본인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업무단계별 FTA 원산지 업무프로세스를 기술했다.
첫번째 단계는 '수출계약 및 원산지증명서 제공' 단계이다.
수출계약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1. 기업내에 원산지 관리 전담자를 지정하고 2. 거래상대방과 'FTA 원산지증명서 제공'계약을 '계약서상 명문화'한 후 3. 원산지 관리 전담자가 '서명카드' 작성 및 FTA 원산지증명서 '작성대장'을 마련하고 4. 수출대상국의 수입 'HS CODE 확인' 및 수출대상국의 '특혜 관세율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는 '원자재 납품 및 완제품 제조'단계이다.
물품이 국내에 도착하고 난 후 5. 상대국에서 발행한 'FTA CO'를 수취하게 된다. 6. 동시에 수입원자재 통관 절차를 진행하게 되고 7. 국내에서 원자재를 납품받은 경우에는 납품업체로부터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를 수취하고, 8. 필요한 경우, 납품업체로부터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수취한다. 9. 거래 관세사로부터 원자재 '수입신고필증'을 수취하고 10. 원자재 구매팀으로부터는 '거래증빙(세금계산서 등)' 을 수취한다. 11. 자재관리팀 또는 회계팀에서는 '원자재 납품 단가 관리, 원자재 HS CODE 관리'를 통해 BOM 작성을 용이하게 협력해야 하고 12. 자재관리팀 또는 생산관리팀에서'BOM(원자재소요명세서), 원가산출내역서'를 수취한다. 13. 생산팀에서 '완제품'을 제조·가공한 후 14. 생산관리팀에서 '제조공정도'를 수취한다. 15. 원산지 관리전담자는 최종적으로 수출물품이 '원산지 결정기준에 합치되는지 여부'를 확인(판정)한다.(참고로 원산지 확인은 관세법인 또는 관세청에 문의해 확인할 수 있다.)
세번째 단계는 '수출이행 및 원산지증명서 발급'이다.
물품이 제조되거나 국내에서 확보하게 되면, 16. 완제품에 대한 '수출통관'절차를 이행한 후, '수출면장' 수취 17. 선적서류(송품장, 팩킹리스트, 선하증권)등 수출제반 문서 수취 18. 원산지증명에 필요한 자료(원산지증명서 신청서, 원산지소명서 생성)의 작성 19. 원산지 자율발급의 경우에는 원산지증명서 자율발급(송장에 원산지 문안 표기, 한·칠레 FTA의 경우 별도의 '증명서식') 20. 기관발급의 경우에는 상공회의소 및 세관에 '원산지증명서' 기관발급 신청 21. 수출 대상국에 원산지증명서 제공의 순으로 이뤄진다.
네번째 단계는 '원산지 검증에 대비한 사후관리' 단계이다.
원산지 검증은 관세청을 통한 간접증명방식과 상대국 세관당국의 직접검증방식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일정기간 이내에 입증서류를 제출해야 하므로 원산지업무 전담자는 원산지 증명에 사용됐던 모든 서류를 일정한 체계 하에 보관해야 한다.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고 난 후에는 22. 원산지증명서 작성대장 기록 유지 23. 원산지 증명에 사용된 서류의 체계적 정리(참고로 원산지 발급건수가 적은 영세 소기업의 경우에는 원산지관리시스템이 없더라도 수기로 작성할 수 있고, 서류만 체계적으로 보관하면 된다.)
업무체계가 확립되고, 실무적인 사이클이 반복되면 결국 세번 변경 기준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품목분류'의 적정성 및 부가가치의 적정성 여부가 핵심 내용이 될 것이다. 원산지소명서 및 원산지 포괄 확인서, BOM, 원산지 증명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HS-Code'를 알아야 하고, 관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자재 및 완제품에 대한 '품목 분류'부터 점검해야 한다. FTA를 잘 활용하면 수입기업은 원자재 가격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고, 수출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원산지 관리를 소홀히 하면 추징, 과태료, 형벌, 손해배상등의 리스크가 발생될 소지가 있어 FTA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FTA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원산지 관리를 피할 수 없다. 전산 시스템에 의존하기 전에 업무 프로세스부터 체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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