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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반값)등록금과 대학의 재정, 그리고 기부금

김유찬 홍익대학교 교수

 등록금 인하에 대한 요구가 더이상 간과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자 비로소 정부와 여당도 묘수를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도 언급되고 있다. 소득공제는 현재 시행되고 있으나 효과가 별로 없고 세액공제는 결국 정부재정을 통해 대학을 지원하자는 것이며 일부 대학으로 기부금이 몰리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는 기여입학제도, 다른 문제점을 제쳐 두더라도, 몇몇 대학에게만 해결책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결국 등록금 인하의 가능성은 정부의 재정 참여와 대학 스스로의 운영 효율화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왜 예산을 통해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가?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는 국가 경제에 포지티브한 외부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대외 수출경쟁력은 기업과 대학의 효율적 분업에 의해 지지된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외부효과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재정 지원은 이 외부효과에 상응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며 이를 위하여는 현재의 대학에 대한 지원과 이 외부효과가 평가되고 비교돼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우선적으로 현재의 대학 규모가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 검토돼야 한다.

 

 대학진학율이 사회적 적정수준보다 높다면 이를 기준으로 정부가 대학의 재정에 참여하는 것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등록금 수준과 정부의 재정지원을 논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우리나라 대학진학 연령기 청소년 중 84%(2008)가 대학에 진학한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대학 진학율은 인적 자본의 축적과 학문 수준의 발전을 가져오며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나라에서 대학 진학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과거 고등학교 졸업자가 해낼 수 있는 직업을 이제 대학 졸업자들이 수행하는 것이다. 공무원 9급시험에 유수한 대학 졸업자들이 대거 응시하는 현상이 이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을 대졸자들이 수행한다면 이들에게 투자된 대학교육 비용은 사장되는 것이다. 여기에 투입된 비용의 출처가 정부 재정이면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고 개인이 납부한 등록금과 기타 학자금, 시간적 낭비의 비용은 국가 전체의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러한 국가적인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개개인들은 굳이 높은 비용을 무릅쓰고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새로이 기재부에 취임한 박재완 장관은 노동부 장관 시절 취업률이 낮은 것은 (//) 학생이 과다하기 때문이라고 하여 여론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문제는 왜 과다하게 대학에 지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사회적 특혜(Rent)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졸자/미졸자를 비교할 때 평균적으로 대학 졸업에 필요한 비용(시간적 비용, 노력, 등록금 등의 학비)에 상응하는 취업후 소득의 격차(사회적 인정의 혜택을 포함해)만 생긴다면 대학 진학률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유럽 사회에서는 이러한 균형이 존재하므로 대학으로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Rent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서는 그러나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특혜가 대학의 입학과 연계돼 있어서 대학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대안이므로 청소년들은 대학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이러한 쏠림현상을 등록금을 올려서, 진입장벽을 둬서 해결할 수 있는가? 사회계층의 고착화 문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바람직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대학을 포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저소득층에 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특혜를 제거해 나가는 것은 매우 지난한 정치적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은 국가 전체적인 재원의 낭비만을 야기할 것이어서 현재의 대학 규모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교육서비스 제공을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유럽국가들 중에는 대학의 재정을 전적으로 국가가 감당하며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대학교육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도 있다. 우리에게는 그러나 그보다 선결적으로 이뤄져야 할 기초적인 복지제도가 완비돼 있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대학교육의 기회 제공을 복지제도로 이해할 단계는 아니다.

 

 대학의 등록금의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대학의 재정운용의 효율화를 통해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의 일부를 미래를 위한 학교확장사업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 건물을 세우기 위한 비용이 이중에 큰 부분이다.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등록금은 일상적 대학운용재원으로서 교원 인건비와 기타 운영비를 위하여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지키는 경우 대학은 현재의 등록금의 1/2은 아니더라도 1/4은 줄일 수 있다. 대학의 시설 확충은 전적으로 재단에서 전입된 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 대학이 꼭 필요로 하는 건축비는 재단 전입비가 없으면 심사를 통해 국비에서 지원하도록 하되이때 대학의 재단은 자체 재원을 일정비율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국고사업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정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할 것이다.

 

 국립대학의 경우 저소득층 자녀에 대하여는 전액 장학금을 부여하고 사립대학의 경우 장학금 재원의 최소한 1/2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배분하는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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