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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8. (수)

'왜 나일까'가 아닌 '나부터 해보자'

지금까지는 국세공무원으로서 소임을 다한 후 명예퇴임이나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퇴임지 부근에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하고, 납세자 보호지킴이로서 제2의 인생을 걷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세무사 업계의 상황이 녹녹치 않은데다 알게 모르게 마지막 근무처에서 도움(?)을 줬던 기장업체 소개나 고문계약 알선 등을 '퇴직공무원을 위한 현직공무원의 전관예우 금지'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세청이 '전관예우 금지' 방침을 내놓은 이후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 "2년이나 일찍 공직사회를 떠나는 데 노골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는 불만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작년까지만 해도 퇴직 후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한 이들의 입에서는 "기장업체는 아니지만 고문 몇자리는 구할 수 있었어 개업을 했다"는 종종 들릴 정도로 마지막 근무처에서 고문계약 알선은 공공연한 비밀로 세정가에 퍼져있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이현동 국세청장이 전국 107개 세무서장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전관예우를 금지하라'는 지침을 내림에 따라, 퇴직을 앞둔 이들의 입에서는 "왜 하필 내가 퇴직할 때 이러느냐. 작년도 아니고 내년도 아니고 왜 하필 지금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곧 6월말이면 정든 국세청을 떠나야 하는 이들에게는 '전관예우 금지'라는 조치는 퇴직 후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하고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가야 하는 데 앞길을 막는 것 같아 막막하고 불안한 심경이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은 어는 정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전관예우라는 관행은 공정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폐해인 만큼 '나부터 잘못된 관행은 고쳐보자'는 마음이 조금은 아쉽다.

 

국세청이라는 조직에서 3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국세청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아닌가.

 

그런 만큼 당장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데 일조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면 당당하고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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