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하더라도 빚더미에 앉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 얼마간은 관망을 한 후 개업 여부를 결정해야겠다."
연말퇴임을 앞둔 이들이 세무사사무소 개업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모습이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국세공무원들이 퇴임을 하면 그동안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살려 세무사사무소를 여는 것은 당연시돼 왔다.
하지만 세무대리계의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당연시 여겨졌던 일들이 이제는 옛말이 됐다.
서울 강북권 한 세무서장의 경우 "현재 주말 세무사교육을 받고는 있지만 지난해 해당관서의 전임 서장이 명퇴를 하는 바람에 올해말 명퇴를 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만큼 서장을 역임했다 하더라도 세무대리계의 불황으로 수임업체 및 고문업체 확보가 어려워 명퇴시점마저도 늦출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과장·계장으로 퇴임하게 되는 이들의 처지는 더욱 혹독하다.
이러한 이유로 올 연말 퇴임을 앞둔 인사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무대리계의 극심한 침체상황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국세청장이 '퇴직자에게 일감을 지원하지 말라'고 지시한 부분에 대해 국세공무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다.
분명 해당 관서에서 퇴직자에게 일감을 지원하는 행태는 잘못이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국세청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자신들이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30년 넘게 국세청에서 근무하면서 세무지식과 경험을 누구보다 많이 쌓을 기회를 가졌던 이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눈감아 버린다면 진정 납세자에게 봉사하겠다며 세무대리계에 뛰어든 이들이 느끼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퇴임을 앞둔 이들도 세무대리계가 호황이었다면 '퇴직자에게 일감을 지원하지 말라'는 주문에 크게 신경을 곤두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세무대리계에 불어닥친 장기불황이 만든 또다른 씁쓸한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