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목에 따라서는 세부담의 형평성에 우선해, 비록 형평에는 위배되지만 지나치게 높은 비효율 비용을 감축하려는 의도에서 고율의 소비세가 과세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술·담배·석유류 등에 과세되는 개별소비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세목의 경우에는 세부담의 역진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세저항이 큰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 세목의 경우에는 개편에 따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세를 부과·징수하고 이에 기반해 정부 지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비용과 편익이 수반된다. 흔히 세금을 징수함에 있어서는 징수된 세금(세수입)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세금은 다시 정부 지출의 형태로 지출된다는 점에서 세금 자체를 비용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세금을 부과·징수함에 따라 국민들의 행태가 변화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파생효과가 비용 또는 편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제적 의미에서 조세의 비용과 편익을 쉽게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비용을 살펴보자. 조세를 부과하면 직접적·일차적으로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소비를 위축시킨다. 물론 재정 지출을 통해 동일한 액수만큼 정부 지출을 증대시키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그런 효과를 상쇄한다. 다만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의 세금부담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증세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소비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은 정부지출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누리기 때문에 정부지출 증대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는 상대적으로 더 크다. 따라서 균형재정기조하에서도 소득분배 구조의 차이로 인해 증세 및 재정지출 증대의 결과 순소비가 증대돼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증세에서 지출에 이르는 전달경로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과도한 세부담의 누진도로 인한 생산저해 효과가 매우 크다면 반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두번째 조세비용으로는 조세 부과에 따른 초과부담(사중손실-死中損失이라고도 함)을 들 수 있다. 소득세·재산세 등을 부과할 때 노동공급이나 투자를 간섭해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경제적 왜곡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세부담의 누진도를 강화할수록 부정적인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세를 통한 지출 증대가 경제·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개편이 되기 위해서는 지출 증대에 따른 수익이 초과부담을 초과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정수준 이상의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계획경제에 의한 사회주의·공산주의 경제가 역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세번째는 조세저항 비용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하에서 동일한 만큼 부담하는 것이 아니므로 조세 부과로 인해 재분배가 발생한다. 조세를 통한 재분배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조세저항이 거세지고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킨다.
반면에 조세는 다음과 같은 편익도 제공한다.
첫째,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정부 지출을 통해 전체적인 사회적 효용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면 공공재·국가기간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세금이 사용됨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해 주는 것이 세금의 일차적인 편익이다.
둘째, 시장에서 자원배분이 왜곡돼 있는 경우, 즉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조세 부과를 통해 왜곡된 자원배분을 바로잡는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국민건강 증진, 환경오염 및 교통혼잡 완화, 지구온난화 물질(탄소 등) 배출 억제 등을 위한 소비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셋째, 소득재분배를 통한 형평제고 및 사회경제적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사회·경제적 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밖에도 조세는 무수히 많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본고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경제 전체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주지만, 개편에 따라 부담과 편익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조세저항이 크게 일어나 개편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와 반대로 사회적으로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지만 절대 다수의 유권자에게 편익이 집중되는 반면, 부담 증가는 소수의 계층에 집중되는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합리성에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개편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향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적으로 통과된 조세개편이 사회 전체적인 순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순비용이 더 크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부담·수혜계층의 비대칭적인 분포로 인해 그런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조세 개편에 있어서는 다수결의 원칙이 존중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사회·경제적인 자원배분의 효율성 및 순비용·순편익에 대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힘의 논리, 다수의 논리보다는 조세의 비용·편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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