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입장에서 보면, 현 정부는 '감세정부'의 특징이 있다.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나 재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하 및 법인세율 인하정책에서 보듯이, 현 정부는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 방안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기활성화 측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방재정의 악화, 국가재정의 위기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통일세 신설방안이 발표됐다. 이는 아마도 헌법 제4조의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규정에 따라서 대통령의 헌법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한다는데, 달리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좋은 생각'을 들으면서도 뭔가 논리적이지 못하고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그 이유는 현 정부의 세금과 관련된 정책이 논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천안함 사건이 '통일세' 빌미를 제공했다면, 통일세 발언에 앞서 오히려 국방비 증액을 통해 해군의 무기체계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북을 꼼짝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감세정책 때문에 국방비 증액이 쉽지 않을 것이다.
1. 앨런 그린스펀이 감세정책 지지를 후회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감세론자는?
현 정부는 감세정책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서 집권을 했고, 국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지방재정의 파탄 등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OECD국가 중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탈출했다고 하지만, 한국이 OECD국가 중 조세부담률이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치면 EU국가 못지 않다는 부채비율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눈을 감은지 오래됐다.
우리나라 감세론자들의 논문을 보면 케인즈 등의 경제이론을 인용하고 있지만, 그 결정적인 담보 물증(?)은 아마도 '미국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세를 하며 앨런 그린스펀도 이에 동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런데, 감세정책의 중심지에 서 있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지난 2001년 당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으로서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을 지지했던 것은 실수였다'고 한다. 즉, 미국 재정적자의 원인이 감세정책이라는 것이고, 자기가 이를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그의 주장을 근거로 우리나라 감세론을 만들었거나 지지했다면, 이제 그들도 뭔가 고백(?)을 해야 될 때가 왔지 않는가. 앨런 그린스펀의 고백이 잘못됐다든지 아니면 우리나라도 감세정책을 중지해야 한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 통일세인가 통일부담금인가?
통일비용을 추산하면 적게는 500조원에서 많게는 5천조원까지 얘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예산이 200조원 이내이므로 그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감세정책을 계속해 내부의 재정적자는 증가되는 데도 이는 방관하고 통일세를 징수해 통일에 대비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통일보다는 오히려 내부 재정적자부터 줄여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 아닌가?
그리고 감세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이상, 통일세 신설보다는 오히려 세금 형식이 아닌 통일부담금 형태가 더 어울릴 것이다. 그래야만 한쪽은 감세, 다른 쪽은 증세라는 비판에 대해 자유스럽기 때문이다. 통일부담금을 징수한다면, 담배, 술, 복권, 일부 사치성 거래에 대해 일정비율을 가격에 추가해 징수할 수도 있을 것이며, 국채 발행이나 통일펀드 조성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3. 감세정책은 계속되는가?
조세정책상 일시적인 감세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러나 그 뒤 어떻게 이를 충당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고, 결국 남는 부채는 현 정권이 아닌 그 후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미국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미국인구 중 3%에 해당되는 소득 25만달러 이상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중단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속도가 OECD 국가 중 제일 빠르다고 하니, 어느 정도 감세효과는 본 듯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소득과 법인세율 체계로 복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금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평과세원칙이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에서 통일세 신설논의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좋은 정책방안의 제시라고 본다.
그러나 이의 실행은 먼저 예산에 반영되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부터 검토하고, 정부의 불용예산을 별도의 통일비용으로 관리하는 문제, 통일펀드의 조성 등 손쉬운 것부터 차분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건전한 재정상태'야말로 통일을 담보하는 최고 및 최선의 보루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롯한 국가의 재정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다.' 경험측상 재정에 관한 한 '보수적인 태도'보다 더 좋은 비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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