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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공공기관 평가, 지속 가능한 개혁의 수단

박정수 교수(이화여대)

 기획재정부는 200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에 비해 '양호 이상' 기관장 비중이 증가하고 'A등급 이상' 기관이 증가하는 등 평가결과와 경영실적이 개선됐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관장 평가와 기관평가가 공공기관 개혁의 성공적 추진에 중요한 기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5년간 시행된 공기업 경영평가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만경영, 예산 낭비 등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데,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경영평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구조조정, 기능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는 관련 이해관계인들의 목소리를 압도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도 장기적인 국민경제적 논리를 개발·제시해야 국민적 수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중기관리계획의 수립 및 이의 안정적 집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관리정책에 대한 전문적 연구들이 총괄적으로 취합·검증돼 합리적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년여 기간동안 6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수립해 산업은행 등 19개 기관을 민영화하고 인천공항 등 5개 기관의 지분을 매각했다. 논의만으로 시간을 허비하던 주공과 토공의 통합 등 36개 기관을 16개 기관으로 통합하고 노동교육원 등 5개 기관은 폐지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22개 기관의 기능조정을 통해 비핵심 기능을 축소하고 유사기능을 일원화하거나 경쟁을 도입하는 노력을 경주했다. 나아가서 경영효율화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고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단골 비판의 대상이 되던 공공기관 임직원의 보수체계를 합리화해 기관장 및 감사의 보수체계를 하향 조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 대졸 초임을 인하하고 특히 금융 공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직원의 임금도 낮추도록 했다. 기관장이 취임하면 노조위원장의 방에 먼저 찾아간다는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비합리적인 단체협약을 개선하도록 하고 노동조합 항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기관장 평가시 단협 합리성 등 노사관계 선진화에 우선순위를 뒀다. 아울러 복리후생비 등 방만경영 소지가 있는 경영정보에 대한 공시범위를 확대하도록 했다.
 열거하기에 숨이 가쁠 정도로 선진화는 많은 성과를 시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선진화를 통해서 과연 무엇을 추구하려 하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흔히 개혁을 이야기할 때 신화와 논리를 자주 거론한다. 열심히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하드웨어를 뜯어 고치고 바꿨는데 정작 국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국민의 대정부 만족도가 시원치 않다면 그리고 실제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는 개혁을 위한 개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이 정말 위와 같은 선진화 정책을 통해 설립목적을 보다 더 잘 달성하게 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평가를 위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지 잘 따져볼 문제이다. 지나치게 획일화된 잣대로 평가하다 보니 개별 기관들의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이제는 다음 단계의 선진화를 위해 각 공공기관의 특성과 설립취지를 감안해 효율화와 생산성 제고의 지속 가능한 체계화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 민영화, 통폐합, 인력감축 등 하드웨어 개혁을 넘어 내부성과관리 강화 등 소프트웨어 방향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 국민들은 공공기관이 아직도 방만하다는 인식이 있어 인력 감축, 보수 삭감 등 하드웨어 개혁을 지속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모든 기관에 획일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식은 탈피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선진화에서 공공기관 주도의 자율적 선진화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관에 획일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자기혁신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기관을 중심으로 정부지침과 평가 등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맞춤형 평가모형이 진지하게 모색돼야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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