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6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금천경찰서가 종로·구로·용산세무서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배영식 의원(한나라당)의 물음에 대한 백용호 국세청장의 답변이다.
금천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카드깡 업자와 세무서 직원이 결탁했다는 혐의를 포착, 이들 3개 세무서의 부가가치세과 직무관련 서류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카드 매출액을 조회해 사업장 면적이나 판매 물품보다 카드 매출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사업장을 실사(實査)하고 위장 가맹점을 가려내는 업무를 하는 '신용카드 조기경보 시스템' 담당자 3명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금천경찰서는 더욱이 압수수색에 앞서 국세청에 정보교환이나 사전통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정가 인사들은 이에 대해 "막연히 혐의만을 가지고 서울시내 3개 세무서를 동시에 압수수색할 수 있느냐"라며 "정말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 직원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세무공무원으로서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라며 경찰이 세무서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침통'해 하는 분위기다.
백용호 국세청장도 국감장에서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경찰청 고위직에 공식적으로 말을 전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이 일선 세무서를, 그것도 서울시내 3개 세무서를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다, 사전에 아무런 협조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유감스런' 사태의 원인 제공을 국세청 고위간부 및 일선 관서장들이 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징세행정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고 강조한 반면, 사정기관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무드 조성과 유대관계 형성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사건'이 발발했다는 것.
말인 즉,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유관기관간 협조 없이 '본연의 임무 충실'만으로는 말처럼 쉽지 않으므로, 앞으로는 사정기관간 대화 채널을 가동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 청장도 이를 인정하듯 앞으로는 사정기관간 대화를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비록 늦었지만 공감가는 말이다.
'소통의 시대'에 유관기관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유대관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백 국세청장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사정기관간의 협력체계 구축의사를 피력했으니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