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건물을 산 뒤 주식을 넘기는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한 외국법인에 세금을 매긴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영국계 법인 L사가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103억1,000만여원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L 사는 지난 2002년 벨기에에서 만든 페이퍼컴퍼니 A법인을 통해 국내에 '노스게이트'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750억원을 들여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건물을 사들였다가 2004년 '노스게이트'의 주식을 프루덴셜에 넘기는 방식으로 건물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L사의 A법인은 주식 양도차익을 얻었고 종로세무서는‘주식양도로 인한 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벨기에)에서만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있는 한ㆍ벨 조세조약에 의거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지만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이에 대해 벨기에 법인을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로 규정하고 L사에 총 103억1,000만여원의 법인세를 부과,결국 L사는 소송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에서 현대상선 건물의 실질적인 거래 주체는 영국법인이라며 A법인은 조세회피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 만큼 L사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처분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조세조약은 이중과세와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이를 통해 국제거래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체결된 것으로 국가 간 조세조약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실질과세 원칙은 적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A법인의 주식을 인수한 프루덴셜생명보험도 ‘원천징수 의무자로서 징수 세액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세를 포함한 법인세 47억6,248만원을 부과 받은 뒤 소송을 냈지만 L사 사건과 같은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에 앞서 법원은 스타타워빌딩을 매각한 론스타와 극동빌딩을 매각한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에 대해서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