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드디어 새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곧 국회 청문회를 거쳐 새 청장이 정식으로 임명되면 국세청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7월1일자 지상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미 국세청 외부에서 국세청 조직 개편작업이 진행돼 왔고 이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본청-지방청-세무서라는 현행 3단계 조직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되, 본청에 외부감독위원회를 두고 일선 세무조사는 없애는 대신 지방청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청으로 하고 전산조사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2만여 공무원이 일하는 큰 조직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업무를 기능별로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이른바 점진적 개혁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국세청은 세무신고, 상담과 같은 납세지원 행정면에서는 OECD가 인정하듯이 높은 수준에 있으나 문제는 세무조사에 있다.
세무조사와 관련해 조사대상 선정의 공정성 문제, 잦은 비리의 발생 등 끊이지 않는 잡음과 마치 권력기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기관이미지를 어떻게 투명하고 공정한 징세기관 본연의 모습으로 바꿔낼 것인가가 과제다.
과거의 성공사례에서 무엇을 배울까?
10년전 국세청은 개혁을 단행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세금공제제도를 도입해 카드결제 자료에 의한 과세인프라를 구축하고 이것을 새로운 세원관리방식으로 정착시켰다.
이를 통해 국세청은 오랫동안 비리의 온상이 된 지역담당제라는 관리방식을 대체하는데 성공했고, 또한 수입금액 자료의 자동 확보로 세무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세수 증대도 기하게 됐다.
그 뿐만 아니라 침체됐던 카드산업 전반의 발전 계기가 됐고 우리 사회의 결제 관행이 현금 대신 카드 위주로 바뀌게 돼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투명한 과세인프라가 곧 투명한 사회인프라가 된 것이다. 이 성공사례는 국세청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야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제시해 준다.
즉 앞으로 국세청은 신용카드 과세인프라와 같이 그 산업의 비즈니스 운영방식을 재구축하고 더불어 납세환경도 투명하게 하는 IT과세인프라를 계속 개발·구축해 나감으로써 일차적으로는 그 산업의 발전기반을 만들어 주고 이차적으로 투명한 과세자료의 자동 확보를 통해 세수보전 임무를 간편하게 수행함과 동시에 이 과세인프라가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작동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편의 초점-나라의 투명성 제고가 핵심
이렇게 되면 국세청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치 못한 권력기관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징세기관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함과 동시에 나라의 투명성도 제고하는 밝고 당당한 이미지로 그 모습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개편의 방향은 본청은 투명성을 유도하고 평가하는 정책기획기능을, 지방청은 개별 기업의 납세투명성을 검증하는 조사전담기능을, 세무서는 지역의 납세서비스센터로서의 기능을 맡게 하는 것이다.
첫째, 본청에 있어서는 현재의 개인납세국과 법인납세국은 가칭 신고관리국으로 통합하고 각 과 내의 계조직을 T/F팀으로 하여 산업별·업종별로 투명한 과세인프라를 개발·구축케 하여 선제적으로 투명성을 유도하는 노력을 상시 집중토록 한다.
현재의 조사국은 투명성 평가국과 조사기획국으로 나누고, 신설된 투명성평가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에 의해 계량화된 납세투명도에 따라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일을 맡고 조사기획국은 지방청의 투명성 검증에 대한 기획과 관리 감독을 하도록 한다.
대법인을 포함한 기업에 대한 납세투명성 평가는 기업의 외부감사인 또는 외부세무조정자로 하여금 정교하게 개발된 투명성 평가보고서를 제출케 하여 이를 활용하되 현재 민간 신용평가기관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신용평가기법 등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에 대한 투명성 평가는 국세청 전산실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재산자료를 활용해 최소 소득추계방식을 개발하고 이를 신고소득과 비교하면 타당도가 높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방청은 지금까지는 본청의 세원관리업무 지시를 받아 산하 세무서에 전달해 관리·감독하는 일과 조사국을 통해 일부 세무조사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일선 세무조사까지도 흡수해 납세투명성 평가항목을 검증하는 것을 제1차적 목표로 하는 세무조사 전담기구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무조사에 대한 집중적인 통제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엄정하고 깨끗한 세무조사가 가능하게 되고, 기업들은 납세투명성 평가요소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게 될 것이다.
한편 세무조사에 대한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외부감독위원회를 둔다면 위원회 직속으로 또는 청장 직속으로 세무조사 감찰관제도를 신설하고 이 팀을 각 지방청에 파견해 감독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 지방청의 납세지원 업무에 대하여는 그대로 유지하기보다는 광역시·도 단위 또는 현재의 지방청 단위로 부이사관급 본부세무서를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일선 세무서는 현재와 같이 통제 불능의 세무조사기능은 지방청으로 이관하고 지역 납세서비스센터로서 납세민원·고충처리와 신고안내, 과세자료처리, 징세업무를 현행처럼 담당토록 한다.
국세청을 이상과 같이 개편하면 국세청은 소리없이 징세업무를 간편하게 수행하면서 나라의 투명성 제고기관으로, 공정하고 깨끗한 납세투명성 검증기관으로 그리고 질높은 납세서비스기관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