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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1. (화)

소득재분배 정책의 정책목표

경제위기 이후 상대소득격차가 빠르게 확대됐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소득계층간 상대소득격차가 확대되는데 그치지 않고 빈곤율 또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빈곤은 시장에서 노동과 자본의 공급을 통해 획득한 소득과 친지나 정부 등으로부터 수취한 이전소득을 합산한 총소득에서 소득세, 연금보험료 등의 직접세를 차감한 후의 소득, 즉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빈곤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생계유지 차원에서 외부로부터 별도의 지원, 즉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가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은퇴후 연령대인 노인가구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중 상당수는 소득이나 자산수준이 매우 낮다. 더욱이 전국민 대상의 국민연금의 도입 시기가 일천하기 때문에 노인들 중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포함해 각종 연금제도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인구의 고령화는 빈곤율 상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 밖에 경제위기 이후에는 청년층 실업문제가 커다란 사회·경제적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근로능력이 있으면서도 빈곤한 청년가구의 빈곤문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득계층간 상대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소득재분배에 대한 사회·경제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소득재분배정책을 성공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분배정책이라고 하면 흔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격차를 축소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설정하는 경우를 일컫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소득격차의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소득재분배 정책은 형평성 제고라는 편익을 얻게 되지만 필연적으로 효율성을 침해해 효율비용을 초래한다. 만약 편익에 비해 비용이 더 커지게 된다면 과연 소득재분배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저소득층이 예외없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보다 높은 소득을 획득하고 이에 만족한다면, 고소득층이 높은 생산성 증가를 통해 저소득층보다 훨씬 더 높은 증가율로 소득이 증가해 상대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것이라면 이를 굳이 양자간의 상대소득 격차를 축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비록 상대소득 격차는 축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보다 열악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소득 격차를 소득재분배 정책을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한 하나의 참고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 자체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부정한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닌 한 노력과 혁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소득층의 소득증가는 억압하기 보다는 오히려 권장해야 될 사항이다. 문제는 이들의 높은 소득증가율이 중·저소득층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소득분배 격차의 핵심은 계층간의 소득 격차라기보다는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열악한 계층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상대소득 격차의 확대와 빈곤율 상승이라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각각의 경제현상에 대응한 정책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인식의 혼란 가능성이 있다. 빈곤율 축소를 정책목표로 설정하는 경우에는 비교적 문제인식과 대응방안이 분명하다. 반면에 상대소득격차의 축소를 정책목표로 설정하는 경우에는 문제인식은 비교적 분명하지만 대응방안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누진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그것을 저소득층 위주로 지출함으로써 형평을 제고하는 정책방향에는 일반적으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재분배의 수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상대소득 격차를 축소하거나 빈곤율을 하락시키는 것이 상호모순되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소득재분배 정책을 전개함에 있어 정책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만약 소득계층간의 상대소득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목표로 둔다면, 저소득 빈곤층 보호에 집중하기보다는 고소득층의 소득 억제에 치중할 수도 있다. 일례로 과도한 소득세·재산세 등의 누진과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경우 주된 담세자는 일부의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사항이 없다. 따라서 정체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경제적으로 비용·편익을 감안한 적정 수준과 관계없이 자칫 고소득층에 대한 누진과세를 무한정 늘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누진과세는 고소득층의 근로의욕을 저하시켜 분배와 성장 모두를 동시에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자칫 저소득층 보호를 통한 분배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누진과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빈곤층 지원에 사용된다면 그나마 다소의 형평 제고라는 편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책목표의 초점을 빈곤율 축소에 맞춘다면 효율성 침해를 덜 하면서도 소득재분배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빈곤층 보호효과도 높일 수 있는 만큼 상대소득격차의 축소보다는 빈곤율 축소로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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