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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8. (토)

녹색성장을 위한 조세정책

9월초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새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본격적인 세제개편안이었다.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세제에서도 매우 획기적인 개편안이 나올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대에는 상당히 미흡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옳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개편안의 내용 중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지는 않지만 눈길을 끄는 항목의 하나가 소위 녹색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지원이라는 꼭지이다. 환경보전 시설투자에 대해서 세액공제율을 7%에서 10%로 올리고 에너지 절약시설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세액공제율을 10%에서 20%로 올린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개발될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특소세를 면제하고 친환경제품에 대한 관세부담을 경감해 준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경제성장이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아가서 녹색산업이 성장동력산업이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환경관련 투자에 대한 지원이 세제개편에 포함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친환경조세정책을 추진할 때 주의해야 할 문제들을 몇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로 이러한 종류의 정책에서 제일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은 원인자 혹은 수혜자 부담원칙이 철저히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킨 주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 그 오염을 제거하거나 오염에 대한 피해를 보상할 책임은 당연히 그러한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주체에게 귀속돼야 한다. 한편, 어떤 경우에는 오염원인자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거나 밝혀졌다고 해도 책임을 지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해마다 발생하는 황사의 경우 그 원인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서 피해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원인자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피해자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어떤 정책적 조치를 취한다면 그 비용을 일차적으로 수혜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환경보전시설투자에 대한 지원 대상으로 예시된 시설 중 대기오염방지시설, 소음 진동 방지지설, 오수 폐수 처리시설, 청정생산시설 등은 오염원인자들에 대한 지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공평한 방법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이와 같은 지원이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에너지 절약시설투자에 대해서 세액공제율을 10%에서 20%로 올린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의 투자세액공제가 이뤄진다면 이것은 투자수익률의 20%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의미가 되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아도 투자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런 프로젝트들 중에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부분은 해당 투자가 가져올 수 있는 외부편익이다. 에너지 절약이 가져오는 외부편익이란 절약된 에너지로 말미암은 공해의 저감 등일 것이며 그것이 투자수익율의 20%까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더 과학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된다.

 

셋째로 이와 같은 유형의 조세의 감면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노선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조세유인형의 비과세 감면은 조세지출이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정부의 규모에 포함돼야 할 항목이지 정부의 규모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감면에 의해서도 조세부담률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조세부담률이나 정부의 명시적 지출 규모로 정부가 큰지 작은지를 판단하게 되면 감면규모의 두배에 달하는 오차가 생기는 것이다. 감세정책과 감면 확대는 같은 방향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분야의 감면이 추가될 때마다 새로운 이익집단이 형성되고 그것이 정책의 경직성을 더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추진되는 녹색성장과 관련된 조치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과세 감면과 관련된 정책에서 이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강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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