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가의 정부 구조는 크게 의원 내각책임제와 대통령 중심제로 나눠지는데, 그 차이는 누구에게 국가권력이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는가일 것이다.
영국에서는 일찍이 절대왕권를 제한하는 수백년간의 투쟁(1215년의 권리장전, 1688년의 권리청원 등)을 통한 의회 민주주의의 전통이 의원 내각책임제로 발전했다. 의원 내각책임제는 다수당의 대표가 수상(총리)이 돼 국정(권력)을 운영(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제도로서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 특히 왕이 존재하는 일본, 태국같은 국가들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통령중심제는 대통령을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해 그에게 권력을 맡기는 임기가 있는 제왕식의 권력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이 의회, 법원과 함께 삼권분립의 운영의 묘를 이루고 있으나 역시 대통령이 우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60년의 건국 역사에서 불과 1년(1960∼1961)여를 제외하고는 많은 국가들과 함께 대통령제를 운영해 왔다.
두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으나 아무래도 대통령제 국가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돼 남용이 되는 등의 문제점들이 많았으며 특히, 우리나라도 그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무던히도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오늘날에도 여러가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성공적인 권력구조(헌법 등)의 운영은 흔히 이야기하듯 정권을 잡은 대통령의 철학과 리더십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고 지금 우리가 처하고 있는 상황과 함께 더욱 심각하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인 리더쉽의 덕목(德目)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기준과 방법 중에 xy축에 리더의 머리(수준), 그리고 부지런함을 두고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머리 좋은 리더가 부지런한 경우와 게으른 경우, 머리가 나쁜 리더가 부지런하다 그리고 게으른 경우 등 4가지(유형)로 나눠질(조합)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 '머리 나쁜 리더가 부지런하다'는 유형이 가장 위험하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머리 좋은 리더가 (적당히)게으른 경우'로서 적절한 권력의 운영으로 그 조직을 편안하게 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이며 다른 두가지 유형들은 차선(次善 Second Best)의 경우라는 것이다.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미국의 대통령들 중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머리가 좋은 편은 못 됐지만 권력을 유능한 (떨레스)국무장관 등에게 상당히 위임하고 여유있게 골프를 즐기면서 게을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소한 중간쯤은 가는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카터 대통령은 머리가 좋은 편이었는데 너무나 열심히(장관 등의 일까지) 해서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아서 재직시에는 그저 그런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재직 중에 꽤 인기가 있었고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라있는 경우가 레이건 대통령이었는데, 그는 머리가 좋으면서 유머를 즐기며 게으른 유형에 속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의 기준으로 머리는 단순히 IQ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하고 국가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민주주의 신념과 열정이 얼마나 확고한가를 말하는 것이고 부지런하고 게으른 것은 그가 얼마큼 능력있는 참모진을 구성(인사의 효율성)하고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을 배분해 정부를 운영하는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야구, 축구, 농구, 미식축구 등 프로스포츠의 코치·감독 등에서 아주 잘 알 수 있다.
코치 등의 역할은 경기에 직접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을 잘 훈련시키고 적재적소에 배치(투입)해 상황에 따라 작전을 구사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승리하도록 하는데 있다.
선수의 수준 등 어려운 여건에서 놀라운 팀워크를 발휘해 예상밖의 승리(성적)를 거두게 한 2002년 월드컵때 우리나라 축구팀의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 같은 명장들이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1960년대의 필리핀과 남미의 국가들, 특히 아르젠티나같은 나라는 풍부한 자연자원 등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 그 당시 국민소득이 불과 100불 내외였던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앞서가는 국가들이었으나 정치의 혼란(지도자들을 잘못 만난 탓, 포퓰리즘 등)으로 후퇴를 거듭해 왔다.
우리나라도 많은 기대를 모으며 취임한 우리의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처음부터 큰 시련에 부딪혀 지금 중대한 고비에 있다.
색깔을 달리 하던 지난 10년간의 어두운 그림자(흔적)들을 지워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에 우리 지도자는 좋은 머리에 적당히 게으른 그런 타입이었으면 한다.
유능한 선수들(총리 등 행정부 그리고 여러 주요 보직들)을 잘 기용해 그들이 실력을 발휘하도록 신뢰(권한)를 부여해 그라운드(우리 한반도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명장(名將)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신이 아니기에 모든 일을 직접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니 선택과 집중으로 중요한 타이밍에 전력을 다하는 적당히 게으른 대통령이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