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근래 10년간 우리의 최고 관심사는 복지와 성장, 증세와 감세의 논란입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나는 모르며, 그 논란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인생을 살면서 느낀 것은 전부 맞는 것도, 전부 틀린 것도 없다는 상식만을 경험했습니다. 무엇이든지 장단점이 공존하며, 장점을 늘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배워왔지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덴마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첫째, 국민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가? 둘째, ‘투명한 정부’를 갖고 있는가?” 라고 말입니다.
상식을 가진 국민과 정부라면 고개를 숙일 것이고, 비상식적인 국민과 정부라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잘못된 게 없다고 하겠지요. 제가 답을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Ⅱ. 덴마크, ‘가장 행복한 나라’의 비결1)
덴마크는 ‘세계행복지수’에서 전세계 1등이다. 한국은 56위, 미국 17위, 프랑스 39위이다.
덴마크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을까? 코펜하겐 사람들은 “공기와 자연이 깨끗해서” “소득 격차가 크지 않아” “학교도 공짜, 병원도 공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덴마크는 성장과 복지를 다 잡았다. 미국처럼 고용도, 해고도 자유롭다. 실업률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3.3%. 철밥통 고용보호장치 때문에 고(高)실업의 덫에 걸린 ‘평등의 나라’ 프랑스와는 다르다.
하지만 ‘경쟁의 나라’ 미국과도 다르다. 실업수당이 월급의 80%, 최장 4년까지 나온다. 나라에서 수시로 취업교육, 자식학비는 대학까지 공짜, 병원비 공짜니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덴마크처럼 살려면 한국에는 부족한 두 가지부터 갖춰야 한다.
첫째, 국민들이 세금을 왕창 낼 것. 나라에서 제공하는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덴마크의 조세부담은 48.8%. 한국(24.6%)에 비하면 세금 부담에 허리가 휜다.
덴마크 정부의 소득세 감세에 정작 국민들이 반대한다. “세금 깎는 대신 복지를 더 확충해 달라”는 여론이 더 높았다.
두 번째 조건, ‘투명한 정부’이다. 나라에 ‘세금 뜯긴다’는 생각 대신 ‘내가 세금 낸 만큼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세계에서 공무원과 정치인이 제일 깨끗한 나라이다. 한국의 투명성은 세계 43위. 그런 정부가 복지 운운하며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고, 공무원 숫자부터 마구 늘려 국민들의 체감 행복지수는 많이 떨어졌다. 1) 조선일보, 2007.10.03 A35면. 강경희 기사 요약
Ⅲ. 납세자 여러분, 세금 제대로 내는가요?
우리는 복지국가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런 재원은 결국 세금일 진데 우리는 잘 내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 반성할 수 있겠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유리지갑만 턴다’며 자영업자를 비난하고, 자영업자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반발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들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넓게 보아야 합니다.
납세에 있어서 근로자ㆍ자영업자ㆍ기업을 구분해서는 안되며 각 그룹별로도 모범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히 불량한 사람도 있습니다.
덴마크처럼 “공기와 자연을 깨끗하게” “학교도 공짜, 병원도 공짜”로 하려면 세금을 많이 내던지, 아니면 그런 복지를 포기하는 것이 맞겠지요. 정부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납세자의 자세부터 고쳐야 합니다. 물론 정부에 관한 비판도 다음에 하겠지만요.
Ⅳ. 정부는 신뢰할 수 있나요?
저는 위에서 납세자들의 각성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납세자 각성 이전에 정부의 책임이 우선입니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국가기관의 순서를 보면 국회의원, 검찰, 국세청, 경찰, 법원 등의 순서일 것입니다. 그때 그때 중요한 사건에 따라 순위는 바뀌겠지만 큰 차이는 없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위 기관들이 어떤 기관입니까? 국가를 유지하는 중추적인 기관들인데 이 기관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세금을 낼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국민들의 자발적인 납세를 기대하려면 이들 기관의 개혁부터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삼성 비자금 폭로’로 위 기관들은 얼굴을 들 수가 없겠지요. 특히 작년의 지방국세청장의 수뢰사건과 국세청장 상납사건, 청와대비서관의 연루사건은 국세청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국세와 지방세도 구분 못하는 국회 재경위원의 국정감사질문은 우리를 슬프게 했고요, 대기업에 대한 감면과 세무조사 실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도 이해할 줄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하여 분노를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번 4월에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부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Ⅴ. 우리 세정 60년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해방 이후 재무부 사세국과 1966년 국세청 개청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세정은 60년에 이릅니다. 해방 이후 좌우대립, 6·25전쟁의 참상, 휴전 후 사회의 빈곤과 부정부패 만연, 4·19 학생운동 및 5·16 군사혁명, 10월 유신, 10·26 시해 사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심각한 내홍을 겪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 면면히 세금은 국민의 저항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재규 정보부장이 “부마사태의 본질은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부가가치세의 가혹한 징수에 있다”고 한 내용은 세금이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줍니다.
이번 이명박 정권의 탄생은 어떤 의미로 보아 ‘노무현 정권의 세금 실정’에 대한 대안 선택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세금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는 똑같은 심판을 할 것입니다.
현재 인수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할 것입니다. 예리하게 현실의 문제점을 도출하여 실현 가능한 정책을 입안하여 국민을 설득하여야 합니다.
김대중 정권시절 ‘정육점 아저씨 심장병 수술하기’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세무행정의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니 이 세상이 멸망하는 날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적인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Ⅵ. 우리의 납세실태를 짚어봐야 합니다
새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와 세무조사 자제, 규제 철폐 등을 통하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원론적인 면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새 정부에서 향후 5년간 법인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법인세율 인하논쟁 이전에 우리의 몇몇 대기업은 이보다 훨씬 낮은 법인세 부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상당한 감면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검토 없이 일률적인 법인세 인하논쟁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감면을 없애고 인하된 법인세율을 적용한다면 몇몇 대기업은 상당한 세금인상이 있을 것이고 기존의 중소기업은 감세혜택을 볼 것입니다.
즉 법인세율 인하논쟁 이전에 우리의 납세실태를 정확히 살피는 것이 선결입니다.
또 하나는 세무조사 자제와 관련입니다.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세무조사의 자제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자진신고납부제도에서 ‘성실신고 유도 담보 장치’입니다. 정치적으로 사용해서도 안되지만 성실신고의 포기로 비추어져서도 안 됩니다.
저의 몇몇 대기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자료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무조사 자제를 논하기 이전에 세무조사가 올바르게 시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Ⅶ. 선진 외국의 동향도 보아야 합니다
저는 조세전문지 연재 기획물에서 미국ㆍ일본ㆍ독일ㆍ프랑스에 대한 조세역사와 징세기관의 현황, 세무조사 내용 등을 기고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세금과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예외적인 경우는 있겠지만 선진 외국에서 세금과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지만 사용할 경우 미국 독립전쟁, 남북전쟁, 프랑스 혁명 등 국민적 저항이 따른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하여 세금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60년의 세무행정에서 집권자들에 의한 자의적인 세무조사가 횡행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도 이런 것에 대하여는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 정부는 선진외국의 투명한 조세제도를 받아들일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기존의 정권들은 외국제도의 일부 편향된 내용만 인용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을 선전했지요.
Ⅷ. 국민은 땀을, 정부는 신뢰를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말했습니다. 원점에서 덴마크가 묻는 질문인 “국민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가? 또한 투명한 정부를 갖고 있는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가 여러 정책을 용감하게 내놓았다가 반론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지난 수십년간 다른 정권에서 보아왔던 것들입니다.
새로운 정부는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전문가 검증과 실현가능성 및 기대효과에 대한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어쨌거나 결론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여야 하고, 국민들을 설득시킬 정부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