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에 따른 공정거래법의 개정범위를 두고 “동의명령제 도입으로 충분하다”는 공정위와 “시장지배력지위남용제도 정비, 심판절차상 조사기업의 엄격한 방어권 보장 등 차제에 미비점 전반을 보완해야 한다“는 법조계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의명령제 도입방안’과 관련해서도 적극적 자세를 보인 공정위와 달리 대법원과 법무부는 엄격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법학원과 공동으로 23일 상의회관에서 ‘한미FTA 이후 공정거래법의 과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날 한철수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본부장은 “우리 경제는 개방과 경쟁의 시대가 본격화되었으며 경쟁력 확보가 지속성장을 위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기조도 보호에서 경쟁촉진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제한행위가 무역자유화효과를 상쇄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 집행을 엄격히 하고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다국적기업의 시장지위남용행위 ▶국내기업의 외국기업에 대한 시장접근 제한행위 ▶경쟁압력을 회피하려는 국제카르텔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개방에 따라 개정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독과점 우려가 있는 기업간의 M&A허용기준 완화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경쟁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출총제 등 대기업규제의 폐지문제는 시장 감시기능과 기업지배구조가 아직 미성숙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현행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철수 국장은 또한 “한미 FTA 경쟁분야 합의사항은 동의명령제를 제외하고는 이미 현행 제도에도 있다”면서 “동의명령제는 위법성이 중대한 경우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이지만 동의명령이 사업자가 법을 위반했음을 의미하거나 별도의 민·형사소송에서 위반행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변호사는 “세계 경쟁법제는 수렴현상과 절차상 투명성 강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우리 공정거래법도 위와 같은 시대적 추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으므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의 국제경쟁법제도 수렴과제로 ▶복잡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정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정의 정비 ▶지주회사 관련 규제의 폐지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신속한 금지 청구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거래법 집행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절차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피심인의 절차적 권리를 공정거래법에 명시하고 특히 변호사의 조사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활동이 글로벌화됨에 따라 기업들도 해외의 경쟁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우리 공정거래법은 물론 미국, EU 등 주요국의 경쟁법을 모두 고려한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을 도입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재현 삼성전자 상무는 “공정거래법은 전문적 분야로 일반 기업인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애로를 제기하면서 “미국도 과도한 소송이 경쟁력을 저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친기업적인 판결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재판시 이를 참작해 줄 것”을 건의했다.
박성엽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동의명령안이 공개되면 여론재판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므로 공개대상 및 범위 그리고 의견수렴절차에 관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동의명령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이 동의명령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의 경북대 법대 교수는 “미국내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행위를 국내기업의 신고에만 의존하기 보다 공정위가 스스로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국내기업에 불리한 규제 개선 예컨대 동일인의 개념을 자연인 총수에 국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호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은 “공정위 심결이 재판심급상 제1심 판결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 심판절차는 엄정한 방어권 보장 등 재판절차에 준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위의 사건처리절차에 증거 및 증인 채택 절차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증거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공정위 심결이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받기에 적당한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민사계약인 미국과 달리 우리가 도입하려는 동의명령제도는 공정거래법 집행에 관련된다는 점에서 국내 행정법 체계와의 부조화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의견수렴절차에 일반인과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법원에 의한 공익성 확인절차 및 결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수봉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는 “동의명령제가 남발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법성이 중대한 경우 적용을 제외한다는 가이드라인적 규정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동 제도의 적용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의명령제 도입을 계기로 우리 공정거래법의 제재규정 전반을 정비하여 시정조치, 과징금, 형사벌을 부과할 수 있는 요건을 세분화하고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며 형사벌의 대상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