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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6. (월)

[논단]우리나라 연결납세제도의 도입방안<1>

신찬수 공인회계사


 

□ 우리나라 그룹과 세제제도의 유형
우리나라의 경우 한마디로 말해 그룹과세제도의 도입 및 시행은 필수적이고 또한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즉 사업부제로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와 자회사를 소유함으로써 경영을 하는 경우 사이에 세제상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세의 공평성을 확립하고 또한 조세의 중립성을 제고하도록 할 것이며, 겸해 세제의 국제화와 선진화를 위해서 이 제도의 도입은 시급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그룹과세제도의 도입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또한 그룹과세제도에 따른 세무조정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총론적인 결론은 자못 자명한 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연결납세제도를 구체적으로 입법화하려는 경우에 실제로 어떠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제도 선택의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에는 이미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제도 중에서 활용할 만한 적절한 것을 그대로 채택하는 방법과 이들 선행 시행국들의 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우리모델'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제도와는 색다른 내용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이미 선진국에서 채택한 좋은 선례를 참고해 우리의 실정에 적합한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이 현실적합성 내지 실효성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여러 나라의 제도들 가운데서 그 어느 것을 우리의 전형(model)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로놓이게 마련이다. 이 경우에 첫째, 특정한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선택하는 단순선택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두개이상 나라의 제도를 선택해 이른바 '퓨전(fusion)방식'으로 조화시키는 복수선택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여러 나라 제도의 장점과 설문조사에서 도출된 우리나라의 실정에 가장 알맞은 부분만을 골라 설계하는 복합적 선택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여러 방법이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위의 세가지 방법 중 복합적 선택방식을 채택해 각 연결납세제도에 대한 중요 논점별로 검토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손익대체형의 Organschaft, Group contribution, Group relief와 소득통산형의 Consolidation model 등의 4가지 그룹과세제도 유형 중에서 어느 제도가 우리나라에 적합한 제도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례로 보기로 한다.

첫째, 'Organschaft'는 자회사의 순손익을 모회사에 대체해 자회사의 손익을  영(零)으로 만드는 구조로서 매우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상법적 근거를 가져야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세법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며, 또한 자산의 그룹내 이전에 의한 손익의 가세이연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룹과세제도로서는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있다.

둘째, 'Group contribution'은 그룹의 멤버회사들간의 소득이전을 허용하지만, 그 방법이 이익회사가 결손회사에게 기부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기부금만큼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부(富)의 이전을 조건으로 하는 그룹과세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영국의 'Group relief'는 기업그룹의 회사결손금을 그 그룹안의 다른 회사에 대체하는 비교적 간편한 제도이고, 납세자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손대체에 의한 세액 감소분의 결제, 즉 결손공제권의 매매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기업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조세회피목적으로 개별 납세자간 결손금의 대체가 이뤄지는 경우 이에 대한 규제를 위해 조세제도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

반면에 네번째로 소득통산형인 연결납세제도(Consolidation model)는 그룹의 경제적 일체성을 중요시하고 기업집단을 단일주체로 봐 손익의 상계, 결손금의 통산, 내부거래의 이연 등을 포괄하고 있으며, 그룹과세제도 중 손익대체형보다 이론적으로 정교하고 그룹과세제도를 도입한 20개의 OECD국가 중 12개의 국가가 소득통산형인 연결납세제도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국제적 공통성에 부합하는 면도 있다. 비록 소득통산형인 연결납세제도가 이론적·기술적으로 매우 복합하기는 하지만, 그룹과세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되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또한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많은 국가들이 소득통산형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특히 최근에 그룹과세제도를 도입한 호주, 일본, 이탈리아가 소득통산형인 연결납세제도를 채택했으며, 더구나 최근에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손익대체형에 해당하는 Group relief에서 소득통산형인 연결납세제도로 전환한 것은 이 제도가 여타의 그룹과세제도보다 합리적이라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앞으로 국제적 차원의 그룹과세제도를 적용함에 있어서도 이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그룹과세제도를 도입하는 데에 있어서는 소득통산형의 연결납세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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