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기계 우위…모빌리티·화학 한국 위협
중국 첨단기업 연구개발비, 韓의 4배 이상 지출
경쟁력 강화 위해 '투자세액공제' 개선 필요
한국 첨단산업의 수출경쟁력이 2022년부터 이미 중국에 역전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첨단기업의 연구개발비마저 중국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일몰 연장, 지정분야 확대 등 세제지원을 확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8일 한국과 중국의 첨단산업 수출입 데이터와 첨단기업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첨단산업의 무역특화지수를 산출한 결과를 발표했다. 첨단산업은 전자, 의료·광학기기, 제약·바이오, 항공우주, 모빌리티, 화학, 기계, 전기로 구성된다.
산출 결과, 올해 1~8월 기준 한국은 25.6, 중국은 27.8로 '중국 우세'를 보였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수출경쟁력의 지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중국은 10년 전인 2014년 대비 16.0p 상승하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4.3p 하락하며 첨단산업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했다.
한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는 2014년 29.9로 중국 11.8보다 크게 높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역전당해 3년 연속 중국을 밑돌았다.
특히 올해 1~8월의 첨단산업별 무역특화지수 산출 결과를 보면, 중국은 '전기'와 '기계'에서 이미 한국보다 수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전기'와 '모빌리티'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2014년 대비 각각 19.4p, 5.3p 쪼그라들었다. 중국은 각각 26.7p, 64.0p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중국 '모빌리티' 산업과 '화학' 산업의 무역특화지수가 각각 2018년과 2022년부터플러스(순수출)로 전환돼 교역시장에서 한국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연구개발비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첨단기업은 연구개발비를 한국 첨단기업보다 4배 넘게 쏟아부었다.
한경협 분석 결과, 지난해 한국 첨단기업은 연구개발비에 510억4천만달러를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5%이다. 중국 첨단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천50억8천만달러로 약 4배 규모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 4.1%도 한국보다 높았다.
연구개발비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2013년 대비 연평균 5.7%였으나, 중국은 연평균 18.2%를 기록해 한국을 크게 웃돌았다.
한경협은 한국 첨단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자세액공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첨단기업이 현재보다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의 정비 및 다방면 지원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러면서 △국가전략기술세액공제 일몰 연장 △국가전략기술 지정 분야 확대 △국가전략기술 네거티브 지정 방식 도입 △직접 환급 제도 도입 및 이월공제 기간 연장 △시설투자 공제 대상 범위 확대를 꼽았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사업화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는 올해 말로 일몰될 예정이다. 그러나 첨단산업은 투자부터 수익 실현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한경협은 세액공제 혜택의 중단은 장기적인 투자 결정에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며 일몰 연장을 주장했다.
또한 현재 지정된 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미래형이동수단·바이오의약품 7개 분야 외에도 인공지능, 방산, 원자력 등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술혁신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 지정방식을 분야별 세부 요건을 법령에서 열거하는 '포지티브' 지정 방식에서 예외 요건을 적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선할 것도 제언했다.
이와 함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직접 환급 제도' 도입 또는 이월공제 기간 연장으로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시설투자 세액공제 대상 범위를 확대할 것도 주장했다. 현행 법은 시설투자 세액공제의 대상을 '기계장치 등의 유형자산'과 '사업화시설'로 한정하고 있어, 토지·건물 등의 유형자산과 연구개발 시설·장비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기업으로서는 중국 기업과 비슷한 호흡으로 뛰어도 규모가 작아 첨단산업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세액공제와 더불어 투자보조금 지원,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적 부스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