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소비 위축 등 길어지는 내수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여전히 나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BSI 전망치가 96.2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9월(92.9)에 비해서는 3.3p 반등했지만, 2022년 4월부터 31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기업 경기실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란 뜻이고, 반대로 낮으면 부정적 전망을 의미한다.
9월 BSI 실적치는 89.9로 조사됐다. 2022년 2월(91.5)부터 32개월 연속 부진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 종합경기 BSI 추이
특히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10월 경기를 어둡게 전망했다. 제조업 BSI는 96.4로, 4월부터 7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비제조업 BSI 역시 96.0로 3개월 연속 기준선에 못 미쳤다.
10개 제조업 세부 업종 전망은 수출 분야에 따라 전망이 크게 엇갈렸다.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5.0) △비금속 소재 및 제품(107.1) △전자 및 통신장비(106.3)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105.4) 등 4개 업종 전망은 밝게 점쳐졌다. 한경협은 반도체 수출 강세가 지속되고, 자동차 수출주 역시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나머지 6개 업종은 업황 악화를 전망했다.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92.3)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90.0) △목재·가구 및 종이(88.9) △식음료 및 담배(88.2) △석유정제 및 화학(81.3) △의약품(75.0)이다. 한경협은 고금리 장기화 및 내수 위축 여파 등으로 부정적 전망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비제조업 7개 세부 업종 중에서는 3개 업종은 호조, 4개 업종은 업황부진이 예상됐다. △여가·숙박 및 외식(114.3)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108.3) △전기·가스·수도(105.6)는 호조 전망을 보였다.
나머지 4개 업종 △정보통신(87.5) △건설(90.7) △운수 및 창고(91.3) △도·소매(93.8)은 업황 부진이 예상됐다. 건설경기 불황 지속과 내수침체에 대한 우려가 비제조업 BSI 전망치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조사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수출(98.1) △채산성(95.9) △고용(95.6) △내수(95.4) △자금사정(94.0) △투자(90.2) △재고(103.0)를 기록했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상회할 경우 부정적 전망(재고 과잉)을 의미한다.
내수, 수출, 투자의 트리플 부진은 올해 7월 전망 이후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출(98.1)은 9월(94.5) 대비 3.6포인트 반등했다. 내수(95.4)가 9월(96.3) 대비 0.9포인트 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90.2)는 지난해 4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경협은 기업·가계 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 시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등 투자와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지정학적 분쟁 장기화, 미 대선 등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로 내수와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수출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소비 위축 등 길어지는 내수 침체로 4분기 경기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내수 진작과 투자 확대를 위해 금리 안정화와 함께 기업의 활력을 꺾는 규제(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입법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