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논평 "과세표준 2배 이상 조정 필요"
최고세율 40% 고자산가만 혜택·자녀공제 10배 인상 비상식적
"금투세 폐지·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불로소득 과세 포기"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이석정)는 5일 올해 세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의 긍정적인 개편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아쉽다'는 요지의 논평을 발표했다.
고시회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56조4천억원, 올해 상반기 10조원 세수결손이 2년간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세무조사 또는 신고 확인 등 과다한 세무 간섭이 발생해 기업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우려했다.
또 상속세 개편방향에 대해서도 “상속세의 과세표준 구간과 공제액이 물가 상승에 따라 증액 또는 조정돼야 합리적임에도 단순히 50%의 최고세율을 없애고 10% 세율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소폭 조정한 것은 서민·중산층의 실질적 상속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고액 자산가와 관련된 최고세율을 삭제해 조세의 수직적 공평성을 해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서는 과세를 촉구했다.
고시회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또 다시 유예하는 것은 특정 소득, 특히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포기하는 것으로 성실납세 풍토를 현저히 저해하고 근로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통합고용세액공제, 관계회사간 입퇴사 인위적 조정통한 악용 소지
주요 개정사항 논평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통합고용세액공제는 “고용인원 감소에 따른 사후관리 규정의 폐지가 관계회사간 입·퇴사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좀 더 면밀한 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통합고용세액공제의 공제액을 상시근로자를 중심으로 종전 인당 400만원~1천450만원에서 400만원~2천400만원으로 상향하고 고용유지 및 추징 등 사후관리 폐지하는 한편, 고용인원 계산을 종전 매월 말 기준에서 과세연도 말 기준 1년 이상 계속 근로자 수로 단순화했다.
인구감소지역 주택 및 준공 미분양주택 과세특례에 대해서는 “지방 소멸이 심한 상황에서 지방을 활성화하는 정책은 필요하다”면서도 주택을 무분별하게 시공한 후 정부의 지원정책만을 기대하는 기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적인 주택 지원정책 등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가업상속 승계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가업 상속시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은 상속이 기업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업상속공제 또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는 기업의 수가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제도가 실질적으로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합리적 개선방안이 지속적으로 제시될 필요성을 제기했다.
벤처기업 주식매수선택권 과세특례 적용기한 연장은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기업을 창출할 유인을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지속적인 혜택제공을 통해 전문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에 대해서는 “기업 이익은 주주의 투자 외에도 하도급 업체 등 협력회사의 조력, 임직원의 보수, 원가절감 등 많은 원인에 의해 기인한 점을 참고해 하도급 업체에 단가인상, 임직원의 보수 인상 등 기업구성원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시회는 “종전 금융투자 소득세 제도의 시행을 2년 유예 후 다시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잡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평과세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된 만큼 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아예 폐지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는 “개인 자산 형성지원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로 높게 평가했다.
◆최대 100만원 결혼세액공제 "공제액 너무 적어 효과 떨어져"
혼인신고 시 부부에게 최대100만원 세액공제해 주는 결혼세액공제는 “세액공제액이 너무 적어 제도의 효과가 떨어진다”며, 공제액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녀세액공제 금액 인상에 대해서도 고물가를 감안해 보다 현실감있게 올려야 한다고 했다.
혼인에 대한 1세대1주택 특례 적용기간 확대는 “혼인신고일 현재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되나 입주권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와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적용한도 확대는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율 지원과 지방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했다.
성과공유 중소기업의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적용기한 연장 및 재설계는 “성과를 중소기업과 직원이 공유하는 좋은 사례”라며 “세액공제율을 종전대로 유지하되 성과 공유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란우산공제 세제지원 강화는 “노란우산공제가 자영업자의 퇴직금 안전망이므로 물가인상기에 맞춰 소득공제 한도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 법인세 과표구간·세율 조정, 시행 시기 늦춰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40%로 인하, 10% 과세표준 구간 2억원으로 확대, 상속세 자녀공제금액 1인당 5억원 인상 등 상속세 개편방향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며 3가지를 지적했다.
고시회는 “개정안이 획기적이기는 하나, 첫째 1997년 대비 약 2배 이상의 물가인상을 감안한다면 과세표준 구간을 2배 이상으로 조정해야 바람직한 점, 둘째, 최고세율을 없애는 것은 고자산가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 셋째, 출산장려 정책과 관계없는 자녀공제를 종전보다 10배 이상 인상한 점 등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편적 시각에서는 일괄공제인 5억원을 일정부분 인상해 물가상승을 반영해야 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물가인상율만큼 높여서 상속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며 재검토·국회 논의과정에서의 의견 수렴 필요성을 제기했다.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대해서도 “모든 소득에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의 대전제를 현격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실신고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에 대한 법인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은 “최근 가족 부동산법인을 활용해 세대 간 자산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있고 법인과 개인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적절한 개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소규모 법인의 경우 접대비, 업무용승용차 규제, 성실신고 등 관련 규제가 존재하는데 세율 인상을 추가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세밀하게 살펴봐야 하고 무엇보다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 보장을 위해 시행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등 사용에 따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율 조정과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는 폐기를 주장했다.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대상 자산 확대는 “현재 주식의 경우 배우자에게 시가로 증여 후 회사에 양도할 시 양도가액과 증여받은 취득가액 차이가 없어 절세가 가능했던 부분을 보완한 개정 내용”이라며, “비상장주식을 증여받는 납세자가 내년부터 증여 후 1년 보유하고 양도해야 할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세법 개정안은 증여를 통한 양도소득 세부담 회피 방지를 위해 이월과세 적용대상 자산에 양도일 전 1년 이내 증여받은 주식 등을 추가했다.
고시회는 마지막으로 원천징수 이행상황신고서 서식을 개정해 원천징수 이행상황신고서 및 지급명세서를 일괄적으로 세무서에 제출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하고, 부가가치세 신고기한을 말일로 연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인건비 관련 자료의 이중삼중 제출로 납세협력부담이 크고, 부가가치세 신고기한 관련 현장에서 전자세금계산서 취합·신고기한까지 불과 10일 정도밖에 실질 여유가 없어 촉박한 기한으로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