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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6.24. (월)

세무 · 회계 · 관세사

법사회적 관점에서 본 기장대행, 강력한 세무사 위상 구축의 장

세무대리직무를 둘러싼 해묵은 변호사와 세무사 간 직역갈등의 의미를 법사회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세무서비스 전문화 현상에 발맞춰 기장대행 등 지속적·반복적 세무대리 업무 수행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형성된 세무사들의 전문자격 독자성 확보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세무사법이 개정될 수 있었던 법사회적 의미를 고찰했다는 점이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다. 

 

강민조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세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세무전문가의 역할과 세무서비스의 성격에 대한 법사회학적 소고' 논문을 통해 변호사와 세무사의 직역 갈등을 중심으로 세무전문가의 사회적 위상과 세무서비스 직무의 성격을 법사회학적 관점에서 고찰했다.

 

그는 변호사와 세무사 간의 직역 갈등을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법제)와 세무서비스 전문화라는 사회환경의 변화가 충돌해 발생한 사건으로 진단했다.

 

특히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시장 공급과잉과 세무서비스 전문화를 갈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미국식 로스쿨 도입에 따라 변호사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게 되자 변호사 직역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세무사 명칭의 사용과 세무대리 범위를 둘러싼 직역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는 것.

 

사회·경제적 발전으로 세무서비스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도 세무사 자격을 둘러싼 갈등 원인이 됐다.

 

2003년 세무사법 1차 개정 이후 장기간 이어진 변호사와 세무사의 갈등은 2021년 세무사 고유업무인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변호사에게 허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일단락됐다.

 

개정 세무사법은 2003년 12월31일부터 2017년 12월31일 사이에 변호사 자격으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자는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을 한 후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했다.

 

강 교수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적 틀을 들어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 업무의 제한으로 자영업자·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세무사들이 구축해 온 사회적 공간(場)의 경계가 법제에 반영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직의 강력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통성' 장의 구축과 유지를 위한 전략이 실천돼야 하며, 전략이 매우 정당한 의미·맥락 속에서 해석되도록 함으로써 정통성의 장을 위협받지 않도록 방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세무사들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기장대행을 꼽았다. 그는 "기장대행은 계속적·반복적 업무 수행을 바탕으로 세무사들의 아비투스가 실현되고 세무사라는 주된 상징자본이 형성되는 장"이라고 말했다.

 

아비투스와 상징자본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이다. 아비투스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개인에게 내면화돼 오랫동안 지속된 성향체계로, 사회적 계급에 토대해 집단화·구조화된다. 상징자본은 사회가 인정하는 명예, 위신, 명성을 지칭한다.

 

즉 세무사들은 자영업자·중소기업과의 지속적·현장밀착적인 세무실무 수행과정에서 형성된 세무서비스의 아비투스를 바탕으로 세무사 전문자격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세무사라는 명칭의 상징자본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변호사의 법률사무는 대부분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룬다. 그리고 법적인 이해관계와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나야 업무가 개시되는 경우가 많다.

 

강 교수는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제도의 폐지 및 세무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 집단적 행위는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의 독자성을 확보함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형성돼 있던 세무사라는 상징자본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제도화한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의 직역의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그들이 가진 정보자본의 구조를 밝혀 서비스의 경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세무서비스 성격도 고찰했다. 

 

그는 "세무전문성은 회계지식과 법률지식으로 담보되며, 세무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요구되는 지식의 범위와 수준이 다르다"며 "세무서비스는 회계전문성을 전제로 수행될 수 있는 세무회계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세무법률서비스로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은 법인세 또는 복식부기에 기초한 사업소득세 신고에 있어서 기업회계와 세법의 차이를 조정하는 작업으로서 재무회계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요구하며 실무적으로도 기장대행과 원천세신고, 부가가치세 신고 등 일련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세무회계서비스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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