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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8. (수)

내국세

아트테크 열풍 속…서화·골동품 시세보다 확 낮춰 상속세 부당 경감

상속인이 지정한 감정평가업체 두 곳에서 산정한 평균가격 '상속가액'

아트테크 열풍에도 과세인프라 부족으로 과세당국 사실상 무방비

고용진·한병도 의원, 미술품 등 부당상속·과세사각지대 지적

김창기 국세청장 "감정평가심의위원회 활성화로 상속가액 적정 유도"

 

고가 서화·골동품 등의 상속세 납부시 시장가액보다 크게 낮춰진 감정평가 금액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등 저가 신고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고가 서화·골동품 등의 시가 감정을 위해 설치된 국세청 감정평가심의위원회는 지난 10년 동안 단 한번 밖에 열리지 않는 등 사실상 저가 신고를 방조하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와 함께 최근 고가 미술품을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일명 ‘아트테크’가 유행 중이나, 미술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술품 양도 과세체계로 인해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가 지난 10일 열린 가운데, 서화·골동품·미술품 등의 상속세·양도세 과세실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미술품 등의 양도세 과세체계 지적에 나선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아트테크’가 아트와 재테크를 합한 신조어임을 환기하며, “국세청이 미술품 거래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 건수가 2020년 251건에서 1년만인 2021년 36배 폭증한 9천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술품의 양도차익에 기반한 시장이 급작스럽게 늘어난 배경으로 ‘절세효과’를 지목한 한 의원은 “양도가액이 6천만원을 넘어서는 경우에만 소득세를 과세하는데다, 생존하는 국내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아예 비과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또한 “미술품 거래로 발생한 양도차익은 양도가액의 최소 80%에서 최대 90%를 필요경비 공제한 후 부과세액을 산정한다”며, “여기에 더해 소득액 조차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등 일괄 22%의 세율을 적용함에 따라 국내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과도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나라는 한국 뿐으로, 미국과 영국은 자본이득세, 일본과 프랑스는 양도소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6천만원 미만으로 미술품의 비과세를 규정한데 비해, 미국은 과세기준 자체가 없으며, 영국·일본·프랑스는 원화 기준 수백만원이 넘는 모든 미술품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한 의원은 “미술품 거래의 과세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으로, 양도차액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미술품 거래와 관련한 체계적인 과세시스템을 한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이 지적한 미술품에 대한 열악한 과세인프라 실태는 이날 오전 국감에서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도 제기돼, 미술품 다량을 매매해도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데다 상속세 납부시 저가신고가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 의원이 밝힌 지난해 국세청의 상속세 징수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세청장은 감정평가심의위원회가 서화·골동품 재산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 제고의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정의 평가대상을 구체화 하는 등 감정평가심의위원회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특히 국회 법사위 김승원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제시하며 서화·골동품 등의 감정가액이 천차만별로 사실상 저가 신고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고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세청에 신고된 서화 골동품 가운데 납세자가 감정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정액이 무려 735억원 차이가 나는 사례도 있었으며, 또 다른 물건의 경우 첫 번째 감정기관은 3천만달러 두 번째 감정기관은 1천만달러로 감정평가했다.

 

문제는 납세자가 지정한 감정기관 두 곳에서 제시한 감정평가액의 평균액이 상속가액으로 확정되는 구조로, 서화·골동품 등의 과세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속가액을 낮추기 위한 시도가 빈번할 수 밖에 없다.

 

고 의원 또한 “납세자가 지정한 감정평가업체 두 곳에서 지정한 가액의 평균을 상속가액으로 신고하는 것인데, 이게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기준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재벌이나 고액자산가가 서화나 골동품을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납세자가 자기가 정한 업체에서 평균가액을 낸 것을 과세당국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나아가 “국세기본법에 경정이 5년내 가능하므로 이같은 서화·골동품 상속가액에 대해선 전수조사를 해 한번 경정해야 한다”며, “감정평가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고액의 서화·골동품 상속에 대해서는 다시 들여다 보고 경정할 것”을 주문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감정평가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해 서화·골동품 등의 적정 상속가액을 산정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미술품 거래에 대한 과세인프라를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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