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소극행정…관련자 주의 촉구"
국세청이 농협중앙회에서 구상권 행사를 위해 요청한 과세정보 자료의 일부가 제공범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전체 과세정보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가 시작되자 국세청은 즉각 농협중앙회에 제공 가능한 과세자료를 제공했고, 농협중앙회는 이를 활용해 구상채권을 회수 중이다.
감사원이 25일 발표한 ‘소극행정 개선 등 규제개혁 추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농협중앙회가 요청한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농신보) 채무자 2만7천여명에 대한 과세정보 자료의 일부가 제공범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요청받은 과세정보 전체의 제공을 거부했다.
국세청은 납세자 등으로부터 수집한 과세정보를 국세기본법 등 근거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제공해 국가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구상권 행사, 과징금 징수 등 공익목적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농협중앙회가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구상권 행사를 위해 과세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의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법 개정안을 마련, 2021년 12월9일 국회 의결을 거쳐 지난해 1월4일 개정·시행됐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은 매년 신용·기술보증기금법에 담긴 법적 근거로 국세청에 과세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국세청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과세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농협중앙회는 법이 개정된 2개월 후인 지난해 3월2일 농신보의 구상권 행사에 국세청에 과세정보를 이용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다.
이후 농협중앙회는 4월4일경 농신보의 구상채무 관계자 2만7천492명(대위변제 잔액 약 3조1천억원 상당)의 근로·사업·재산·기타소득, 재산 및 부채 관련 과세정보(재산세, 취득세, 기타 내역), 압류 정보 등 ‘2022년 종합소득 전산자료 제공 요청’ 문서와 첨부문서(금융위원회의 과세정보 이용심사 승인 문서)를 국세청에 송부했다.
그러나 국세청 A과의 팀원 J, 팀장 K, 과장 L은 “과세정보의 과다제공으로 인한 납세자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제공이 어렵다”며 농협중앙회가 요청한 모든 과세정보의 제공을 거부했다.
요청한 자료 중 근로·사업·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 따른 종합소득(이자‧배당‧근로‧사업‧ 연금‧기타소득)에 해당하므로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법 제13조의3 제2항에 따라 제공 가능한 자료이나, 그 외의 요청 자료(재산소득, 재산 및 부채 관련 과세정보, 압류 여부 등)가 국세기본법상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다는 사유였다.
농협중앙회는 과세정보 제공요청 문서를 발송하기 전후 총 5회에 걸쳐 국세청 A과에 진행 경과 등을 유선으로 문의하면서 “요청한 자료 전체의 제공이 불가능하다면 국세청이 제공 가능한 범위에서 과세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기존에 접수된 문서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소요된다던가, 재산세 등 기타 자료는 국세청이 제공할 수 없는 자료라고 소극적 자세를 취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제공하고 있는 과세정보 수준의 자료는 제공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 않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요청하고 있는 자료의 양식 또는 내용을 농협중앙회에 제공해 관련 법령에 맞게 국세청이 제공 가능한 정보의 범위 수준으로 자료 제공 요청 문서를 재작성하도록 설명하면 되는데도 하지 않은 것.
이후 작년 7월11일 '특정 개인의 종합소득자료는 사용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구상권 행사는 민사상 절차 등의 방법을 통해 확인 가능하며 과세정보의 과다제공으로 인한 납세자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제공이 어렵다'는 문서를 농협중앙회에 송부했다.
그러나 같은 법을 근거로 자료를 요청받은 타 부처의 대응은 달랐다. 국토교통부, 근로복지공단, 해양수산부, 법원행정처는 채무관계자 2만7천492명에 대한 토지·자동차·선박 소유현황, 고용보험 가입현황, 법원공탁금 현황 등 구상권 행사에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보험 가입 현황 자료를 회신하면서 향후 자료 제공 요청시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서식을 안내했다.
농협중앙회는 결국 국세청의 과세정보 자료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관계자 재산조사 결과 구상 실익이 없다는 사유 등으로 지난해 5월6일 총 2천579건, 약 495억원의 구상채권 등을 소각했으며, 같은해 6월29일 구상채권 총 1천228건, 약 776억원을 상각했다.
국세청은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국세청의 과세정보 제공 거부가 적법했는지 감사에 착수하자 즉시 과세정보 제공 요청 항목을 안내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10월19일 농신보의 구상채권 관계자 총 1만5천893명의 종합소득 및 사업자 등록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국세청은 같은 달 28일 사업소득 관련 총 743명에게 약 843억원의 총 수입금액이 존재하며, 면세사업자로 등록된 정보는 1천294건, 과세사업자로 등록된 정보는 1천74건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회신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활용해 기존 재산조사 결과 회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구상채무 관계자에 대한 구상채권을 회수 중이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 앞으로 법률에 근거해 과세정보의 제공을 요청받으면 제공 가능한 범위 및 처리 절차 등을 안내하고 사용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과세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과 팀원 J, 팀장 K, 과장 L에 주의를 촉구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