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 11.9배로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피케티지수’가 전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9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가 분석한 ‘피케티지수’는 한 나라의 자본총량이 그 해 소득의 몇 년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측정치다. 국민순자산을 국민순소득으로 나눈 값과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피케티지수가 높아질수록 국민 경제의 소득분배에서 자본이 가져가는 비율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사회에서 평균적인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평균적인 부를 쌓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으로, 자산 분포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함의한다.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7일 한국은행에서 받은 2010년 이후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이 11.4배에서 11.9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9.2배에서 9.6배로 상승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은 전년 대비 2천30조원(11.4%) 증가한 1경9천809조원으로 집계됐다. 명목GDP와 국민순소득은 전년 대비 각각 6.8%, 6.7%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민순자산을 명목GDP(2천72조원)로 나눈 자산/소득 배율은 9.2에서 9.6으로, 국민순소득 기준, 자산/소득 배율은 11.4에서 11.9로 올랐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가계의 순자산은 1경1천592조원으로 전년보다 1천133조원(10.8%) 증가했다. 정부가 보유한 순자산은 5천53조원으로 가계가 보유한 순자산을 합한 국부는 1경6천644조원에 달한다.
토마스 피케티는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 합계액을 ‘국부’로 정의했는데 피케티가 분석한 방식을 따라 국부를 다시 계산하면 1경5천976조원이다. 이를 작년 국민순소득(1천662조원)으로 나눈 자본/소득 배율은 9.6배에 달한다.
이는 다른 선진국의 평균 4~7배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일본과 스페인에서 부동산거품이 정점이던 시기의 7~8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1990년 일본과 2007년 스페인에서 동 수치가 8.1~8.3배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법인의 순자산도 포함해 피케티지수를 계산하면 자본/소득 배율은 11.6배까지 올라간다.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거품이 극에 달했을 때 9.8배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한국은행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다른 선진국에서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5~9배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이 5.2배로 가장 낮고 프랑스가 9.3배로 가장 높다.
특히 우리나라 피케티지수는 최근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0~2017년 7.6~7.9배 수준이었던 피케티지수는 2018년 8.1배, 2020년 9.3배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이 국민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피케티지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가 보유한 순자산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정부의 자본/소득 배율은 대부분 1보다 작지만 우리나라의 동 수치는 3배가 넘는다. 그만큼 정부가 부유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토지자산 비율이 높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3년 4.0배에서 2018년 4.3배, 작년에는 5.2배로 상승했다.
고용진 의원은 “우리나라의 자본/소득 배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관련이 깊다. 부동산시장을 조속히 하향 안정화시켜 자산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