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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6. (화)

내국세

부부가 50년 함께 농사 지었는데, 사전증여?

조세심판원 "가장에 모든 재산명의 등기는 당시 관행

부부 공동재산으로 봐야…토지 양도금 50%는 부인 몫"

 

부부가 50년 이상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재산을 형성했다면, 명의와 무관하게 재산의 50%는 부부 각자의 고유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심판결정이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남편이 사망 전에 부인 명의 계좌로 이체한 토지 양도대금 일부를 사전증여재산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대해, 부부 공동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이기에 토지 양도금액의 50%에  해당하는 부분은 차감한 후 증여세와 상속세를 경정해야 한다는 심판결정문을 29일 공개했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청구인 A씨는 피상속인인 남편과 1966년 1월 결혼한 후 부부 공동으로 농사를 지었다. 농사일만으로는 장애아를 포함한 자녀 3명의 생계를 꾸리기 힘들자 A씨는 1984년부터 2011년까지 인근 김치공장을 다니며 농사일과 병행했다.

 

남편의 가부장적인 태도와 부실한 경제관념으로 가정 내 모든 재산 명의는 남편 명의로 했다. 실제로 심판청구 과정에서 A씨는 결혼 후 30년만인 1996년 6월에서야 첫 은행계좌를 개설할 정도로, 가정 내 재산관리를 남편에게 위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는 농사일과 부인의 김치공장 근로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결혼 25년만인 1990년 4월 토지를 취득했으며, 해당 토지는 2004년과 2014년에 각각 양도했다.

 

문제는 2014년 토지를 양도하면서 가정의 경제상황이 좋아지자 남편이 갑작스레 방탕한 생활로 접어들고, 부부간의 경제적 다툼 또한 잦아지면서 발생했다.

 

결국 부인 A씨는 남편에게 “자신이 김치공장 근무와 농사일로 힘들게 함께 번 돈으로 구입한 땅을 양도한 것이기에 자신의 몫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며, 남편은 2014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자신의 계좌에서 부인 A씨의 계좌로 쟁점금액을 이체했다.

 

이후 남편이 2019년 3월 사망하자 A씨는 공동상속인인 자녀 3명과 함께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앞서 남편이 A씨에게 이체한 쟁점금액이 사전증여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1년 8월 증여세 및 상속세를 경정고지했다.

 

조세심판원은 A씨가 제기한 심판청구 심리를 통해 “피상속인인 남편은 별다른 직업 없이 농사일만 한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청구인은 농사일 외에도 김치공장 근로를 통해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등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에 청구인의 기여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또한 “당시 모든 재산의 명의를 가장인 남편 명의로 등기하는 농촌사회의 전통 및 관행에 따라 피상속인의 단독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이뤄진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이해가 간다”고 과거 생활상을 환기했다.

 

조세심판원은 “재산소유의 실질이 부부공동재산을 양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쟁점금액 가운데 토지의 양도금 50%에 해당하는 부분은 청구인의 고유재산으로 봐 사전증여재산에서 차감한 후 증여세 및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라”고 과세관청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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