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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8. (수)


최근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대한 찬반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대 법학연구소는 공청회를 통해 정부의 위임을 받아 만든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완전포괄주의 도입은 일부 재벌들이 변칙적인 방법을 이용한 부의 무상이전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제시됐고, 특히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표된 도입안을 보면 포괄규정을 기본으로 일정기준에 대해 비과세 구조를 띠는 형태와 유형별 포괄주의의 업그레이드형으로 각각 구분돼 제시했다. 도입에 찬성하는 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 등 이날 일부 토론자는 부의 무상이전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준안이 될 것이라며 새 법안을 반겼고, 일부 재벌의 변칙상속 및 증여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반대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 내놓은 도입안이 완전포괄주의라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며, 제도 도입도 시기상조"라는 말로 거센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또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세무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해 납세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여전히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조세법률주의에 대한 위헌시비도 있을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상속·증여세는 일부 계층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정작 새 법안이 만들어질 경우 연관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안을 가지고 국내 최고 학자들이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석연 변호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경부와 국세청은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은 위헌의 소지가 있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러나 정치적인 공약에 따라 올해 이렇게 새롭게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연히 과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에게는 직접적 실익이 적은 법안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여론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정부에게 되묻고 싶다. 사회통합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현 시국에 또다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편가르는 부작용을 초래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어쨌든 정치 논리에 따라 급진전돼 온 새 법안이 과연 어떤 법률로 탄생될지 지켜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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