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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내국세

부분세무조사 확대 필요성 공감대…방법은 신중론

한국조세연구포럼·한국세무사회, 2020 공동학술대회 개최

세무조사 통합조사 원칙의 예외로서 부분조사 사유를 신축적으로 재설계하고, ‘신고내용 확인’ 업무를 추가하는 등의 개선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조세계 전문가들은 일부 공감하면서도 납세자 권익보호를 상기하는 신중론을 폈다.

 

또한 세무행정에 행동과학을 도입해 개선방향을 제시한 발표에는 “조세제도 구축을 위한 논의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조세연구포럼(학회장·정재연)과 한국세무사회(회장·원경희)는 13일 서울 중구에 소재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세무행정 혁신과 납세자 권익 보호’를 주제로 2020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제1주제 발표를 맡은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국내서 거의 논의된 적 없는 세무조사의 통합조사 원칙과 부분조사에 대한 시론을 펼쳤다.

 

김석환 교수는 “세무조사에 대한 절차적 통제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제한된 조사인력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열거식 부분조사 사유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거 사후검증 개념의 ‘신고내용 확인’ 업무를 부분조사 사유에 추가해 행정력의 소모와 납세자의 영업상 부담을 줄이고, 공평한 세부담을 도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홍철 법무법인 택스로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부분조사 사유 각 호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도 납세자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신고확인을 위한 부분조사 후 통합조사시 당초 발견하지 못했던 탈루사례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과세처분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어 이강오 세무사는 발표 내용에 대부분 동의하나, 부분조사 실시 후 재조사 허용은 중복조사 금지 원칙에 어긋나며 부분조사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고내용 확인과 관련한 내용을 부분조사 사유에 추가하는 방안에 동의하면서도, 정의와 구별기준을 법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좌중 질문으로는 황영현 세무사가 “통합조사 원칙은 ‘모든 세목을 다 조사하라’는 것이 아닌, 세목마다 담당 공무원이 조사 나가는 것을 막고자 ‘계획을 세워서 끝내라’는 취지로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국세행정 효율화 목적과 관계가 없음을 지적했다.

 

또한 영국의 사례를 들어 “신고서가 제출되면 1년 이내 조사내용 통지서를 보내서 성실하게 답변하면 그것으로 끝내고, 불성실하거나 불응한 경우 요구서를 보낸다”며 “신고 후 2년이 지나면 납세자가 세무조사 위험으로부터 거의 자유로워지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발제자는 답변을 통해 “납세자 권익보호와 과세 공평의 원칙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고내용 확인을 법으로 규정하는 제안은 논리적으로는 합당하나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과거 통합조사 입법화에 따라 부분조사를 들여온 전례가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홍성훈 서울시립대 교수가 세무행정에 행동과학을 접목해 정책 효과를 높이고, 납세자 편의를 증대하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들은 “발표 내용에 적극 공감한다”며 최근 사례와 아이디어, 확장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먼저 윤재원 홍익대 교수는 국세청과 미국의 세정 선진화 계획을 소개한 후 나아가 납세자 중심의 전략적 사고의 전환을 기대했다.

 

납세자 입장에서 원하는 납세 만족도의 수준을 먼저 설정하고, 과세관청에서는 조직·인력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면서 장기적·비즈니스 관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비교적 단순한 신고를 하는 영세사업자 등에게는 개인화한 디지털 서비스, 법인·사업자 등에게는 유형별 원하는 서비스를 발굴해 납세자는 물론 대리인까지 포함한 온·오프 서비스를 제공하며, 납세 약자를 위한 별도의 지원서비스를 마련하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장재형 법무법인(유) 율촌 세제팀장은 행동과학의 이론을 세정 분야로 한정하지 않고 세제·설계 분야까지 확장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 세제팀장은 “과연 환급을 많이 해주는 시스템이 사회에서 환영받는지, 징수를 적게하고 추가 징수하는 것이 환영받는지 등의 문제도 행동과학의 ‘손실회피’ 이론으로 충분히 분석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부동산 세금 논의도 마찬가지다. 장 세제팀장은 “양도세와 종부세 중 과연 심리회계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세금을 내야 하는 종부세가 환영받을까, 차익이 발생해 납부하는 양도세가 환영받을까’를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사례로 드워킨과 롤즈의 소득세율 주장을 언급하며 심리 실험을 통해 조세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체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황장훈 세무사는 ‘호혜성’ 원리를 활용해 납세자에게 적용받을 세액공제·세액감면·비과세 금액들을 묶어 알려줌으로써 본인이 낸 세금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어 세정편의가 향상되는 등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시점에 세무전문가들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지를 물었다.

 

 

좌중에서는 나성길 조세연구포럼 고문이 “올해 임대소득 과세범위 확대 등 세무행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날 주제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세무서장 출신인 나 고문은 “코로나19 시기 대화형 신고 핸드폰을 개발해 많은 효과를 봤다”며 이같은 국세행정 발전사례가 거듭되길 소망했다.

 

좌장을 맡은 고은경 세무사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정말 많은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실감한다”며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주려다 보니 그야말로 ‘인지과부하’를 느끼기도 한다”고 공감했다.

 

고 세무사는 “10장이 넘는 신고도움 서비스 정보 등 정작 봐야할 정보를 놓치기 쉬운 부분에 행정과학을 접목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세행정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논의를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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