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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세무 · 회계 · 관세사

[현장에서]20대 국회서 불발된 세무사법 개정, 21대에선 더 험난할 듯

“전쟁은 오래 가면  결국 강자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 됐다. 그래서 약자는 기습전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심사 과정을 지켜본 한국세무사회 고위관계자는 지난 20일 이같이 회상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20일 세무사법 개정안은 끝내 법사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결국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되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업무는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무대리의 근간인 이 두 가지 업무는 절대 변호사들에게 허용해서는 안 되고 변호사들이 직접 할 수 없는 업무"라는 게 세무사들의 주장이다.

 

변호사들은 “두 가지 업무를 제외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 선택권을 훼손하고 위헌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8월 마련된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었으나, 원경희 회장은 취임 후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업무는 절대 변호사에게 내줄 수 없다며 김정우 의원 입법안을 통해 두 가지 업무를 뺀 개정안을 다시 만들어냈다.

 

그러자 변호사계에서는 법사위 소속의 이철희 의원을 통해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만들어냈다. 업역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결국 정부안과 김정우⋅이철희 의원안을 놓고 기재위에서 논의한 끝에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업무는 제외하고 나머지를 허용한다는(실무교육) 최종안을 법사위로 넘겼다. 세무사회의 의중이 다 반영된 안이었다.

 

정부 개정안에 이어 김정우 의원안이 나올 즈음 세무사들은 대대적인 실력행사에 나섰다. 본회 집행부 및 지방회⋅지역회 임원 국회 방문, 서울역 장외집회, 지방세무사회 및 지역세무사회별 궐기대회, 청와대 국민청원, 국회 앞 1인 시위, 기재위⋅법사위 홈피 게시글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세무사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기재위를 통과했더라도 변호사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변호사들이 주축인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없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대 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은 '게이트 키퍼 수단' 비판을 받은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회는 정부의 개정안을 누르고 자신들이 원하는 의원입법안을 만들어내고, 그 개정안을 법사위까지 올려놓는 등 가지고 있는 수를 다 썼다.

 

세무사법 개정이 20대 국회에서 실패하고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21대 국회의 개정작업은 20대 보다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기재부와 기재위의 분위기다. 기재부로서는 정부가 최종 조율된 개정안을 냈는데 세무사회 측에서 다른 내용의 의원입법안을 성사시켜 버린 불쾌한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기재위 또한 법안 심사 때 ‘기재위를 통과한 안이 법사위에서 막힌 전례’를 참고하며 통과 가능한 현실적인 안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주무부처인 법무부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일 것이고, 세무사들의 주장대로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이 변호사 출신 위주로 구성된다면 한국세무사회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인다.

 

여전히 세무사와 변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 비춰, 기재부나 법무부, 기재위, 법사위로서는 당초 국무조정실이 조율한 ‘6개월 실무교육+모든 세무대리업무 허용’ 안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들에겐 불리한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21대 국회에서도 ‘세무대리 근간까지 변호사에게 허용할 수 없다(세무사)’, ‘하나라도 빼면 위헌 논란이 인다(변호사)’는 대립의 연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무사회 고위관계자는 “오로지 세무사법 개정을 위해 회장단이 10개월 가량을 국회에 매달린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 “국회 파행까지 겹쳐 힘든 싸움을 했는데 지금은 허탈함만 남았다. 지금으로선 뾰족한 답을 찾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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